향수·헤어무스·스프레이·매니큐어서 환경호르몬 의심물질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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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통되는 국산.수입 화장품에서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프탈레이트가 다량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 산하 시민환경연구소는 15일 국내에서 유통 중인 화장품 다섯 가지 품목 24개 제품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한 가지 이상의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조사 품목은 향수.헤어무스.스프레이.모발염색제.매니큐어 등이며 분석한 프탈레이트 성분은 디에틸헥실 프탈레이트(DEHP)와 디부틸 프탈레이트(DBP).디에틸 프탈레이트(DEP).부틸 벤질 프탈레이트(BBP) 등이다.

세계야생생물보호기금(WWF)이나 일본 의약품식품위생연구소는 이들을 모두 불임과 유산, 정자수 감소 등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호르몬 의심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연구소 측은 DEHP의 평균농도는 4.1ppm이었는데 한 매니큐어 제품에서는 최대 24ppm까지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매니큐어에는 DBP도 평균치(4백30ppm)를 훨씬 초과하는 최대 9천8백57ppm이 들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DEP는 평균 6백32ppm이었으며 향수 제품에서 최대 7천9백90ppm이 검출됐으며, BBP는 모발 염색제 등 3개 제품에서 최대 19.9ppm까지 검출됐다.

한 가지 프탈레이트만 검출된 것은 1개 제품이며, 세 종류가 검출된 것이 12개 제품, 네 종류의 프탈레이트 성분이 검출된 것이 2개 제품이라고 연구소 측은 덧붙였다. 프탈레이트는 화장품에서 성분이 잘 용해되도록 하는 용매나 광택제 등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DEHP와 DBP에 대해서는 2001년부터 유럽연합(EU)이 인간 번식력에 손상을 주고 성장에 독성이 높은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또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DEP가 정자의 유전물질(DNA)을 손상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연구소 유의선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스웨덴의 다겐스 니헤터지가 향수에 프탈레이트가 들어 있다고 보도한 이후 EU는 DEHP와 DBP를 화장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며 "프탈레이트 함유 여부를 제품에 표시하거나 사용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한화장품공업협회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프탈레이트가 소량일 경우는 문제를 삼지 않으며, 미국화장품공업협회(CTF)도 지난해 화장품에 첨가되는 정도라면 인체에 무해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자체 정밀분석 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찬수.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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