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과 자금배분의 효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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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회복을 위한 자금의 확대공급 방안이 여러모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내한중인 IMF(국제통화기금)협의단과 여신한도 5천억원 증액을 협의할 예정이라는 것이 그 하나고 정부예산 유보액 중 1천여 억원을 풀어 재정면에서의 경기자극효과를 주자는 것이 또 하나의 대책이다.
즉 정부는 금년도 민간여신한도 4조1천1백억원 가운데 상반기 중에 2조1천7백억원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라 자금수요가 증가될 하반기에는 5천억원의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또 경기침체를 고려 긴축기조를 부분적으로 완화한다는 방침아래, 실행예산의 집행유보액 3천1백12억원중에서 1천1백12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재정·금융면의 경기 조절기능을 움직여 보자는 뜻인 것 같다.
지금까지의 생산·고용·수출·물가 등 관계 경제지표를 볼 때 경기침체 현상이 심각하여 수출·내수를 함께 자극하는 효율적인 경제정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여신한도를 증액한다든가 재정지출을 앞당긴다든가하는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또다시 자금의 배분이 왜곡되지 않나 하는 우려를 주고 있는 것이 문제다.
우선 민간여신을 조정한다고 하나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종전대로 대금이 정책사업 등에 편의되는 현상이 교정되지 않는 한 여신의 증가는 통화 「사이드」에서의 「인플레이션」요인만 조성할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민생안정과 수출에 있다.
이는 고용증대 생필품 생산원활 등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며 결국 중소기업의 활발한 생산활동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수출 역시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의 가동여하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방향으로 자금의 확대공급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여신관리가 문제가 아니라 여신대상이 문제인 것이다.
좀더 본질적으로 얘기하자면 대금의 합리적 배분 및 금융의 자율성 등 금융구조의 개선에 논의가 미쳐야하므로 여기서는 일단 논외로 하기로 한다.
여신증액계획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자금의 흐름을 걱정하게 되는 것은 정부의 재정지출내용 역시 능급을 도외시한 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조기 집행한다는 재정지출도 고용 및 민생안정에 기여하는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하지만 농업개발사업과 같은 영세민 취로와 농업기반조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지하철건설·한전과 포철출자·항만시설투자 등 대단위 정책사업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자극을 이유로 기왕에 집행하려던 일부 불요불급한 항목이 삽입되어있어 통화증발만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한정된 재원을 활용. 민간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될 시기이며 그것도 여건변화에 가장 약한 취약부문에서부터 착수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된다.
자금공급규모의 확대에 앞서 자금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찾는 것이 긴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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