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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향한 세레나데 … 맹꽁이 3중창 78㏈, 열차 소리 맞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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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포일초등학교 인근 택지개발예정지구. 축구장보다 약간 넓은 공터에 우거진 잡초 사이로 작은 개울과 웅덩이가 서너 곳 있었다. 이곳에 자리 잡은 맹꽁이들의 요란한 울음소리가 대낮인데도 아파트와 오피스텔 건물 사이에서 쩌렁쩌렁 울렸다.

암컷을 부르는 수컷 맹꽁이 10여 마리의 합창은 밤까지 이어졌다. ‘적당한 번식 장소를 찾았으니 얼른 오라’는 수컷의 간절한 신호였다.

 맹꽁이 한 마리가 먼저 “맹” 하고 작은 소리를 냈다. 곧이어 다른 한 마리가 “맹꽁”하고 화답했다. 두 마리가 “맹꽁” “맹꽁”하며 박자를 맞췄다. 또 다른 맹꽁이가 낮은 소리로 “맹꽁” 하며 끼어들었다. ‘맹꽁이 트리오’였다.

세 마리가 한꺼번에 울어댈 때 2~3m 거리에서 측정한 소음도는 78데시벨(㏈). 열차가 지나갈 때 나는 소리와 맞먹었다. 근처 아파트 주민들이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으니 맹꽁이 좀 없애 달라”고 호소한 이유다. 하지만 맹꽁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 2급으로 법정 보호종이라 함부로 죽이면 안 된다.

 양서파충류 전문가인 손영종 박사는 “맹꽁이 수컷은 암컷의 등에 매달린 채 암컷이 알을 낳으면 바로 정자를 내보내는 식으로 수정한다”며 “맹꽁이의 둥근 알은 하나씩 물에 둥둥 떠다니다 부화한다”고 설명했다.

 평상시에는 소리만 내고 사람들 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알을 낳을 때는 거의 무방비 상태다. 그만큼 번식에 목숨을 건다는 얘기다. 알을 낳을 때 수컷은 ‘접착제’까지 분비해 암컷에 찰싹 달라붙는다.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암컷을 부르는 수컷 매미의 울음 소리가 요란했다. 느티나무 아래에서 측정한 매미 소리는 최고 70㏈까지 치솟았다. 바로 옆에서 전화벨이 크게 울리는 것처럼 시끄러웠다. 이렇게 요란하게 만난 암수 매미가 교미할 때는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며 각자의 꽁무니를 갖다 댄다. 민망한 교미 장면을 날개로 살짝 가리는 ‘에티켓’도 구사한다. 암컷은 교미 3~5일 뒤 알을 낳고, 알은 6주 정도 지난 뒤 부화해 애벌레가 된다.

 번식을 위해 암컷을 애타게 부르는 포유 동물도 적지 않다. 호주에 서식하는 코알라는 한 마리씩 독립적인 영역을 정해 생활한다. 봄부터 여름 사이 번식기가 되면 수컷은 소리를 질러 암컷이 자신의 영역으로 찾아오도록 유도한다. 수컷마다 소리가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암컷은 수컷을 직접 만나본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없이 퇴짜를 놓는다. 수컷 생쥐도 구애할 때 고주파음을 규칙적으로 내보낸다. 붉은사슴 수컷도 교미기가 되면 저음으로 노래하며 암컷을 유혹한다.

 가뜩이나 소음에 시달리는 도시인들에겐 맹꽁이와 매미의 울음소리가 밤잠을 설치게 하는 또 다른 소음으로 들리기 쉽다. 그러나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연의 신비에 귀 기울여 보자.

번식을 위해 목숨을 무릅쓰고 먼 길을 기어온 맹꽁이들의 절절한 합창, 7년간 땅속에서 지내다 불과 7일 안에 짝을 찾아야 하는 매미의 애절한 사랑 노래. 단순한 소음을 넘어 자연이 빚어낸 한여름밤의 세레나데가 들리지 않는가.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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