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기 만회 노린「역평화 공세」|「바」조약국 정상들의「범세계 정상회담」제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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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프가니스탄」·「이란」위기로 동서관계가 경직화된 가운데 쌍방의 군사동맹기구인 NATO와「바르샤바」조약기구가 거의 동시에 모임을 갖고 서로 대응책을 제시했다.
NATO는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구의 군사력이 방어적인 성격을 넘어 국제적인 긴장, 특히 서구에서는 NATO의 전력을 능가하고 있어 안정을 위협하고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우리는 특히「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소련의 군사개입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NATO는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서구의 방위력이 동구권과 대등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증강하겠다는 것이 이번 NATO각료회의 결정의 줄거리다.
이에 반해「바르샤바」측은 현재「유럽」의 군사력이 균형상태를 이루고 있으므로 현상에서 동결하자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말하자면「바르샤바」측은 군비증강을 제한 하자는데 비해 NATO측이 계속 전력을 강화하여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는 선전의 구실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바르샤바」회의에는 동구권, 특히 소련으로서는 대대적인 평화공세를 펴기 위한 발판일수 밖에 없었다.「아프가니스탄」개입이후 동구권의 결속을 과시하는 효과도 노렸겠지만 그 보다도 지난 몇 달 동안 노골적으로 비판받아온 소련의 팽창주의, 모험주의를 중화시키기 위한 평화공세에 더 역점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이 제안한 내용중 군비감축 등의 제안은 종래「바르샤바」측의 주장과 다를 바 없으나 이중 세계각국지도자들이 빠른 시일 안에 모여「세계평화회의」를 열자고 새로 제의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의 대대적인 역평화 공세의 주요골자가 될 것 같다. 소련은 두고두고 이 문제를 들고 나음으로써 소련이 평화를 추구하고있다는「이미지」를 심으려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이 소련의 이 제의에 쉽사리 응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다.
소련이 제의하여「헬싱키」선언을 가져왔던「유럽」안보회의가 10년 넘게 진통을 겪었던 점을 생각하며 전세계 국가지도자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데는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련의 이러한 평화공세의 목적은 당장「아프가니스탄」침공으로 빚어진 악인상을 씻어버리려는데 목적이 있지만 더 근본적인 목적은 NATO의 군비증강, 특히 소련을 사정권으로 한「퍼싱」·「크루즈」등 중거리 핵「미사일」의 배치를 저지하려는데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서방소식통에 따르면 소련은 작년 10월이래 동구에서「탱크」1천대, 병력2만 명을 감축시켰으므로 서구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소련이 SS토 중거리「미사일」로 대치해놓고「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이처럼 전력을 강화해 놓고 필요 없는「병력」감축을 마치「평화적」인 것처럼 공세를 벌이는데NATO가 말려들 수는 없다는게 서방전문가들의 견해다.<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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