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정국「수습」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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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삼 신민당 총재와 김대중씨등 야권의 두 김씨가 9일 가진 기자회견을 보면 요즘 시국의 쟁점이 무엇이며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가 한층 더 명료해지는 것 같다.
두 김씨는 서로 의논이나 한 듯이 정부개헌작업의 중지와 계엄령의 즉각 해제, 정치일정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임시국회의 조기소집을 주장했다.
이런 내용은 최근 연일 계속되고있는 학원의 민주화운동에서 제기되는 주장과도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현 시국의 주요 쟁점이 더욱 뚜렷이 부각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당연히 이런 쟁점에 대한 해결방안의 모색일 것이다.
학생들과는 달리 정치인은 문제제기뿐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다해야할 의무가 있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한다. 그런 점에서 기자회견을 통한 문제제기로 정치인의 활동이 멈춰서는 안 된다고 본다.
양 김씨의 말대로 현 시국은 심각한 양상이다. 악화되는 경제여건에다 전국 곳곳에서 노사문제가 심각한 양상을 시연하기 시작했고, 학원의 열기는 달(월) 을 넘기면서도 식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국은 정치발전의 장래를 약관 하는 분위기보다는 우려와 불투명을 개탄하는 소리가 더 높아 가는 듯한 분위기다.
이처럼 시국이 심각할수록 그것을 수습할 정치인의 책임은 무거워지며 정치인의 역량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주요 정치지도자들의 최근까지의 움직임을 보면 시국타개의 노력보다는 지지기반의 확충과 정비에 더 몰두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인상을 받는다.
이제부터라도 정치인들은 문제해결의 노력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더없이 분명해진 쟁점들을 제기만 해둔 채 다시 지지기반의 확충과 정비에만 시간을 보내서는 안되겠다.
지금 당장이라도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 주기 바란다. 제기된 쟁점의 내용을 보면 불가피하게 정부의결단과 조치를 요구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앞서서 정부와 대화를 가질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정치일정문제만 하더라도 피차에 사심이 없고, 국민적 의사를 존중할 용의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으로 방치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만나서 개헌은 언제까지 끝내고 선거는 언제 실시할 것인지,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시비를 가려 국민에게 그대로 공표 한다면 더 이상 세왕세내가 있을 소지는 없어질 것이다.
이런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연내개헌, 내년상반기내 선거실시』 와 『개헌안조기확정, 연내선거』 주장을 반복함으로써 정부대 정계간의 불신만 증폭되고 있다고 보이는 것이다.
대화의 방법도 큰 문제가 될 수 없다. 김대중씨는 일찍이 최규하 대통령에게 면담신청을 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는데 이런 면담이 이뤄져도 좋을 것이다. 또는 정부수뇌와 주요 정치지도자들이 만나 얘기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런 모임 자체가 사회에 기대감을 낳게 하고, 극단적인 사고경향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또 무엇보다도 국회를 활용함이 좋겠다. 시국이 이렇고 문제가 이처럼 산적했는데도 금년 들어 국회를 한번도 못 열었다는 것은 무슨 말로도 변명될 수 없다.
국회에서 모든 쟁점이 거론되고 토론되고 걸러진다면 그런 쟁점들로 인해 학생과 근로자사회가 오늘날과 같은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빨리 국회를 열어 제기된 쟁점의 민주적 해결을 모색하는 대화의 광장으로 삼는 게 좋겠다.
정부 역시 대화에 인색할 아무런 이유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모든 쟁점의 성질상 정부가 대화를 솔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부에 대한 불신이나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 납득시키는 노력이 아쉽다. 쟁점은 이제 분명해진 이상 해결을 위한 대화와 토론이 빨리 시작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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