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투쟁 평화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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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계엄해제와 민주발전 일정단축등의 「시국에 관한 문제」로 대학생들의 주장이 확대된 가운데 서울대와 고려대는 4일과 5일 일단 교내 농성·시위를 각각 끝내 학원이 정상을 되찾고있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화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 총장사퇴·족벌운영 철폐등의 학내문제로 장기농성해온 일부 사립대학들도 농성을 풀었다. 학생들의 주장은 민주발전에 관한 문제 이외에 노동3권 보장과 언론자유보장등의 문제에까지 미치고 있다.

<서울대>
「서울대민주화투쟁기간」사흘째인 4일서울대학생 1천5백여명은 입영집체훈련에 입소한 1학년생들을 위한 환송식에 이어 하오1시30분부터 관악 「캠퍼스」 「아크로폴리스」에서 농성해체식을 갖고 성토대회를 벌인뒤 하오3시30분쯤 자진해산했다.
고병익총장을 비롯한 50여명의 교수들이 참석한 이날 입소환송식에서 「서울대민주화투쟁기간」동안의 일정보고 「전민중에게 드리는 글」·「노동자에게 보내는 글」등이 발표됐다.
서울대학생들은 「전민중에게 드리는 글」에서 『이틀간의 농성을 일단 마치고 학생본연의 자세로 돌아갈것이나 힘있는 민주화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학생들의 해산에 따라 교문을 사이에두고 대치했던 관악경찰서 기동경찰 3백여명과 후문에 진을 쳤던 1백여명의 경찰들도 4일하오 4시쯤 모두 철수했다.
학생들은 해체식에서 농성은 일단 풀되 6일부터민주화투쟁기간 마지막날인 13일까지 정상수업을 하면서 단과대학별로 민주화 투쟁의식을 고취하기위한 「민주화 대토론대회」등을 벌이기로 했으며 13일하오 입영집체훈련을 끝내고 돌아오는 1학년생들을 위한 환영식을 갖기로 했다.
학생들은 또 계엄을 해제 할것을 정부 당국에 요구하고 이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5일상오10시 관악「캠퍼스」 「아크로폴리스」에서 「제2차 민주회대총희」를 가질것, 휴교때에는 휴교령이 내려진 다음날 하오3시 영등포「로터리」에서 「민주화대행진」이란 가두시위를 벌인다는 2일에있은 「제1차민주화대총회」의 결정을 재확인했다.
학생들은 13일까지의 「민주화 투쟁기간」동안 학교안에서 평화적인 시위를 계속하면서 교수를 비롯한 지식층·언론, 신민당을 비롯한 재야정치세력등 각계각층에 민주화투쟁에 적극 참여토록 촉구하는 성명전을 펴기로했다.
자유성토에 나선 학생들은 신현확 국무총리의 『정부는 2원적집징제를 기도한적도 없고 이를 추진할 의사도 없다』고 밝힌 국회개헌특위에서의 발언은 의혹에 가득찬 것이며 앞으로의 정부태도마저 의심케 한것이라고 규탄했다. 학생들은 또 『민주화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언론의 자유를 재약해온것은 비상계엄이므로 민주화의 첫 단계로서 계엄은 즉각해제되어야 하며 학원문제가 계엄연장의 이유가 될수없고 오히려 계엄을 연강하고 있는것이 학원문제를 야기시켰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대민주화투쟁기간」 이틀째인 3일하오1시 서울대학생 5천여명은 관악 「캠퍼스」「아크로폴리스」에서 학생총회를 열고 성토대회를 벌였었다.

<박대통령 친필태워>
이날 총회에서 학생들은 개교30주년기념으로 고박정희대통령이 써춘 가로 70㎝, 세로1·2m가량의 「민족의 대학」이란 친필휘호를 도서관3층에서 떼어와 유신잔재를 청산한다는 상징으로 불태웠다.

<6일부터 중간시험 서울대학교>
서울대는 전공과정 중간시험(2∼4년)을 지난1일부터 10일사이에 실시키로 했던것을 학생들의 건의에따라 12일이후로 연기 했었으나 학생들이 6일부터 다시 정상수업을 하겠다고 결의함에 따라 당초 방침대로 6일부터 중간시험을 실시키로 4일하오 확정했다.

<고대>
석탑축전을 무기한 연기시킨가운데 교내시위를 벌여온 고려대학생 1천여명은 5일상오11시 교내시위를 벌인뒤 대강당에 모여 제75회 개교기념식을 갖고 시국선언문 및 「학원민주화 선언문」을 발표, 낮12시30분 4일간의 시위를 끝내고 해산했다.
학생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우리는 민주화의 열망을 안고 민중의 정당한 생존을 억압하고 민족의 참된의지를 외면하는 유신잔재를 소탕하기 위해 엄중한 민주화의 투쟁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또 ▲유신잔당은 통일주체대위원회를 앞세워 정부개헌 주도, 2원적 집정제주장을 내걸고 명분없는 비상계엄으로 또다시 민중억압을 위한 체제개편을 하고있다 ▲오늘의 근로대중의 단체행동과 학원의 민주화투쟁은 정당한 생존권의 제기이며 과도정부는 허울좋은 안보논리를 앞세워 문제의 본질을 호도, 탄압하고 있다 ▲이들은 매판재벌과 결탁, 종속적 경제의 모순을 고질화시킴으로씨 「인플레」·민생고·저입금으로 시달리는 다수 대중을 최악의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유신잔당은 매판 재벌 언론 및 각개 어용인물과 결탁, 여론을 조작하고 많은 구속인사와 미복권 인사를 석방, 복권시키지 않고 있다는 4개항의 유신잔재에대한 경고문을 채택했다.
학생들은 또 김상협총장의 신당관련설과 정부개헌심의회부의장을 맡게된데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앞으로의 민주화투쟁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한편 총학생회는 앞으로의 「민주화대행진」일정으로 6일 휴강한 뒤 7∼10일까지 정상수업을 받으며 단과대학별·학회별 토론으로 계속 민주화를 위한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총학생회는 12일 단대별 의견을 집약, 13일부터 제2차「민주화대행진」을 벌이기로 했다.
학생들은 5일낮12시30분 숙연한 분위기속에 교가와 애국가등을 부르고 왼쪽교문을 통해 해산했으며 봉사「서클」등 일부학생들은 철야농성장소였던 도서관과 교문안팎을 청소했다.
총학생회장 신계륜군은 학생들이 시위를 벌였던 3일동안 교문밖에서 대치했던 경찰관들의 노고에대한 답례로 우유3백봉지를 차상록 성북경찰서장에게 전달, 이를 지켜본 1천여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신군은 이자리에서 『학생들의 시위는 민주화를 위한 의지의 표현이며 반민주세력에 대한 경고이기에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시위를 벌인것』이라고 했고, 차서장은 『학생들의 모범적이고 지성적인 태도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학생들은 4일하오 10시부터 5백여명이 횃불 연좌 시위를 벌인뒤 3일째 철야성했다.
학생들은 4일하오6시부터는 5백여명이 교문안에 타원형으로 둘러앉아 횃불연좌시위를 벌이며 축제행사로 준비했던 시국풍자극을 공연했다.
1시간 공연된 탈춤극은 권력과 부에 편승한 일부인물들을 등장시켜 정의의대변자 말뚝이가 서민의 입을 통해 이들의 과오와 오류를 풍자했다.
학생들은 야간시의를 벌이면서 「경찰봉급인상」과 「위험수당지급」등의 구호도 외쳤으며 전투경찰대원들에게 사과등을 전달하기두 했다.

<경희대도 농성풀어>
경희대
지난달 1일부터 조영직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온 경희대학생들은 5일상오 학생협의회를 열고 6일상오11시를기해 일단 농성을 풀기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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