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단 운영의 현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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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두개의 총무원으로 갈라졌던 대한불교조계종이 2년8개월만에 자율적으로 그 내분을 수습, 새 총무원장의 선출을 마치고 곧이어 종정을 추대하는 단계에 있다.
그동안 법정투쟁으로 맞서서 외부의 허다한 중재에도 불구하고 극한적 대립을 거듭해 온 승단이 스스로 화합의 실마리를 찾아낸 것은 실추된 종단「이미지」의 쇄신을 위해 극히 다행한 일이요, 그것이 국민의 여망이었음을 새삼 환기하는 바이다.
종단내부의 분쟁조차 스스로 수습하지 못하여 그들 자신의 문제를 사바 세계의 법정으로까지 끌고다니며, 행정부의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고서는 존립할 수 없다 해서야 어찌 중생제도를 논의할 수 있겠는가 하는 공론이 가시지 않았던 것을 돌이켜보면 조계종내부에서 일고 있는 최근의 화합기운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비구·대처승간의 충돌이 시작된 이래 유혈사태까지 빚어 크게 사회문제화 하였다가 대처승단의 태고종 창설로 겨우 일단락 지어지는 듯 싶더니 다시 자체 내에서 두 개 총무원(조계사측과 개운사측)으로 분열돼 종권싸움이 계속돼 왔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전국에 정가 본산과 그 산하의 1천4백여 사암, 그리고 1천만신도를 거느린 우리나라 최대 종단으로서의 조계종내부에서 이처럼 오래도록 치열하게 벌어진 반목과 대립은 그 요인이 결국 엄청난 규모의 불교재산을 에워싼 분쟁이라는 인상을 면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승단의 추태일 뿐더러 한국 불교발전의 결정적인 저해 원인이기도 하였다.
물론 이번에 화합한 새 집행부의 구성으로써 분규의 불씨가 완전히 제거됐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아직도 종정추대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양쪽에서 서로 발령해 놓은 주지문제와 그간의 소송비용처리 등 적잖은 과제를 남겨 두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조계종단이 추악한 분쟁을 되풀이 하지 않는 길은 우선 현집행부가 허심탄회하게 피차의 전비를 뉘우치는 일이요, 최근에 보여준 자율적인 노력과 인내로 단합을 꾀해 그 역량을 과시하는 일이다. 오늘날과 같이 사회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일수록 종교의 역할은 막중하고 정신적 지주로서 대중의 정신생활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 역사와 더불어 살아온 불구의 사명이야말로 한낱 종단내부의 일로만 보아 넘길 수 없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관계자들은 정부가 그동안 불교재산관리법이라는 특별법을 제정해 불교재산을 보호해 온데 대해 그 타당성을 전적으로 부인할 수 없었던 이유가 종변에 있었던가를 다시 한번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기독교나 그 밖의 종교단체의 경우와는 달리 이 법이 유독 불교종단의 대표자나 그 임원에 관하여 등록의 「의무」를 다하고 그 위반자에 대해 처벌까지 하기로 했던 법의가 신앙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사실은 자타가 주지하는바 이지만, 그것이 불교재산보호라는 구실 아래 강제될 수밖에 없었던 책임의 일단은 바로 종단과 승려들의 비종교단체적인 난맥에 있었음을 깊이 각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이 법때문에 종단 활동이 심히 억제되거나 포구와 수도생활이 위축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일제 식민 정책 하에서 한국 불교를 변질시키고자 이 법규가 창안됐었지만, 해방 후에는 민족 문화 유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찰 재산이 함부로 매각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구실을 해 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신임 총무원장이 불교재산관리법의 개정 내지 폐지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공언은 바로 종단 자체의 취약점을 개선함으로써 어떠한 특별법도 불필요해지도록 교단을 일신하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현재 조계종단은 승단 자체를 제도적으로 혁신하여 시대정신을 구현하지 않는 한 오늘의 종교로서 활기를 불러일으키기 어려우며, 사리재산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현대적인 경영수법이 도입되어야 하는 것이다.
새로 구성되는 화합된 조계종단은 차제에 새로운 자각과 아울러 종단운영과 포교방식·재산관리 등 모든 부문에 걸친 일대 혁신을 단행하여 참으로 현대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불구의 존재 양식을 제시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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