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유병언 수사 참극, 검경 수뇌부도 책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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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 수사를 지휘했던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24일 사표를 제출했다. 최 검사장은 “수사과정에서 잘못된 일이 있다면 오로지 지휘관인 제 책임”이라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하지만 최 검사장의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검경 수뇌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검찰총장은 사임하고 법무장관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수사 및 지휘 책임자에 대한 문책 주장이 나왔다.

 검경 수뇌부 책임론이 나오는 것은 단순히 유병언을 놓쳐서가 아니다. 수사 능력, 보고 체계, 근무 기강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유씨의 시신과 유류품을 발견하고도 단순 행려병자로 처리해 윗선에 보고도 안 했다. 검찰은 유씨가 은거해 있는 순천 별장을 급습하고도 현장을 제대로 수색하지 않아 눈앞에서 놓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다섯 차례나 유병언 조기 검거를 지시했다. 그러나 검경 수뇌부는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긴커녕 어이 없는 부실 수사로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검찰과 경찰은 원래 바람 잘 날이 없는 조직이다. 위기가 자주 닥쳤으나 그때마다 수뇌부의 처신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지난 2002년 서울지검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이 났을 때 검찰은 거센 비난여론에 직면했다. 당시 김정길 법무부 장관과 이명재 검찰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함으로써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잡을 수 있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황교안 법무장관도 법사위에서 “책임을 피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은 진상을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답변했다. 세월호 사고 100일이 지났지만 민심은 더 흉흉해졌다. 검경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다. 검경 수뇌부는 어떻게 해야 민심 수습과 조직 분위기 쇄신에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