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씨 겨울에 숨져" "조희팔처럼 살아 있다" … 꼬리문 괴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23일 오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유병언 회장이 겨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시신이 있던 자리만 풀이 바짝 말라 있다는 게 이유다. 5~6월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난 시기라는 점에서 2주 만에 풀이 마를 순 없고, 적어도 겨울부터 시신이 누워 있어야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현장 사진까지 제시했다. 이는 지난 5월 25일까지 유 회장이 살아 있었다는 검찰 발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4만 명이 읽고 추천 1200개가 달리며 ‘많이 읽은 글’ 1위가 됐다. “적어도 3개의 중립국가에 DNA 검사를 다시 의뢰해야 할 듯” “ 경찰이 머리카락 두고 간다는 게 말이 되나” 등 동조 댓글들이 달리며 퍼져나갔다.

 이처럼 유 회장 사망과 관련해 검경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시민들의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의혹들은 “발견된 시신은 유 회장이 아니다” “이미 사망한 지 오래됐다” “시체 발견 발표를 경찰이 일부러 늦췄다” 등 크고 작은 의혹으로 확산됐다. 직장인 강모(50)씨는 “천안함 폭침, 세월호 침몰 때 나왔던 의혹을 인터넷으로 떠도는 얘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번엔 너무 이상한 점이 많아 과연 정부 발표가 맞는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6)씨도 “검찰이 유병언의 꼬리를 잡고 있다고 말하다가 갑자기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쪽으로 말을 뒤집었다”며 “조희팔 사건처럼 아직 살아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단계 사기로 4조원을 가로챈 뒤 2008년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은 2012년 경찰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생존설이 이어지고 있다. 박의우(법의학) 건국대 교수는 “유 회장 사망의 경우 수차례 DNA 검사를 거쳤고 지문으로도 확인이 됐는데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의혹은 음모론에 가깝다. 23일 일간베스트(일베)에는 전라도 경찰이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일부러 유 회장의 죽음을 숨겼다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글이 인기글을 기록했다. 강규형(기록정보과학) 명지대 교수는 “유 회장의 죽음 자체가 극적인 사건인 데다 시신을 처음 발견했을 때 검경이 부실하게 처리하면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경 수사에 대한 불신이 의혹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화 기자·신중후(부산대 철학과) 인턴기자

[특집]그배 세월호, 100일의 기록 더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