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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지는 찰리우드 … 배경·배우·PPL까지 '중국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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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마이클 베이 감독, 이하 ‘트랜스포머4’)의 후반에는 중국 홍콩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극 중 인물 조슈아(스탠리 투치)는 다급하게 쫓기는 와중에도 냉장고에서 꺼낸 우유를 끝까지 마신다. 중국 브랜드 제품이다. 이 영화에는 우유에 더해 자동차·생수 등 중국 브랜드 제품이 10여 가지 등장한다.

중국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는 중국에서 미국보다 많은 흥행수입을 올렸다. 이 영화의 중국 흥행수입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거둔 전체 흥행수입의 40%가 넘는다. [사진 CJ E&M]▷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배우도 나온다. 중국 스타 여배우 리빙빙은 최첨단기업 대표로 등장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수재이자, 액션에도 능해 조슈아를 구해준다. 2012년 런던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쩌우스밍도 카메오로 등장해 악당들을 물리친다. ‘트랜스포머4’는 중국에서 6월말 개봉 이후 지금까지 2억8500만 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을 올렸다. 같은 기간 북미에서 거둔 2억2700만 달러보다 많다. 중국에 개봉한 외화로는 ‘아바타’(제임스 캐머런 감독)를 앞질러 역대 최고의 흥행작이 됐다.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향한 할리우드의 애정공세가 뜨겁다. 중국 영화시장은 최근 5년새 3배 이상 커졌다. 2009년만 해도 한국과 비슷했던 시장규모가 2012년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로 도약했다. 2013년 현재 중국 극장 관객수는 약 6억 명, 흥행수입은 217억 위안(3조5800억원)에 달한다. 같은 해 한국 극장 흥행수입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극장 인프라도 급속도로 팽창하는 추세다. 지난해엔 무려 903개 영화관이 새로 문을 열었다. 하루 평균 2.5개씩 생긴 셈이다. 2013년 현재 중국 전역의 극장 수는 3200개, 스크린 수는 1만8195개로 올해 안에 2만 개 돌파가 예상된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주연 배우들이 지난 4월 중국을 찾았다. 중국에서는 ‘미국대장2’란 이름으로 개봉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 코리아]

 할리우드 대형 영화사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올해 3월 상하이동방미디어그룹과 장편영화 콘텐트 개발·공동제작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월트디즈니는 앞서 ‘아이언맨3’(2013)도 중국 영화사와 협력해 제작했다. 파라마운트 픽쳐스 역시 중국 회사들과 손잡고 ‘트랜스포머4’를 제작했다. 드림웍스는 2015년 개봉할 ‘쿵푸팬더3’ 제작을 위해 중국 합작회사 오리엔탈 드림웍스를 설립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중국 방문도 잦다. 올해 4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조 루소·안소니 루소 감독)의 중국 개봉 때는 주연배우 크리스 에반스·스칼렛 요한슨 등이 베이징을 찾았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니콜 키드먼·리어나도 디캐프리오·존 트라볼타·캐서린 제타 존스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칭다오에 나타났다. ‘칭다오 오리엔탈 무비 메트로폴리스’의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완다그룹이 약 500억 위안을 들여 2017년 완공 목표로 짓고 있는 이 시설은 초대형 영화 스튜디오, 즉 중국판 할리우드다. ‘찰리우드’(차이나+할리우드)라 할 만하다. 중국 시장을 조만간 북미 시장을 능가하는 규모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부 박희성 연구원은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지만 시장과 정책의 불균형은 풀어야 할 과제”라며 “엄격한 심의와 외화 수입쿼터 등이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외화 수입편수를 연간 20편으로 규제하다 2012년부터 3D·아이맥스에 한해 14편을 더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영화사들은 아예 중국과 합작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지난해 ‘이별계약’(오기환 감독)을 공동제작해 2억 위안의 흥행수입을 올린 CJ E&M은 올해도 ‘평안도’(장윤현 감독), ‘20세여 다시 한 번’(천정다우 감독) 등을 준비 중이다.

 한편 중국 시장을 겨냥한 할리우드 영화의 PPL(간접광고)에는 중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촨메이(傳媒·전매)대학 판웨이칭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할리우드 영화에 중국 제품이 다수 등장하는 것은 중국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전략”이라며 “PPL이 과도하면 영화가 상품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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