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케네디 신화』|미대통령 예비선거 중간결산|카터 완승, 리건과의 대결 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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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일 아침 미국회의사당을 들어서는 상·하의 원들은 한결 같이『이제 금년도 미국대통령선거는 민주당의「카터」대통령과 공화당의「리건」싸움으로 압축됐다』고 단정을 내리고 있었다. 하루전날 있었던「일리노이」주 예비선거에서도「카더」와「리건」이 대승을 거둠으로써 미국정치인들이 보는 선거양상은 이미『대세는 결정됐다』는 쪽이다.
애당초 10여명의 후보가 난립했던 공화당의 경우 이미「헤이그」·「베이커」·「코널리」·「돌」·「모드」등 5명의「전사자」를 내고 완전히「리건」의 독주가 계속되고있다.
「부시」가 잠시 돌풍을 일으키고「앤더슨」이 힘겨운 추격을 하고는 있으나「포드」마저 출마를 포기한 지금 상황으로서는「리건」을 막을 후보가 없어 보인다.
「리건」은 19일 현재 지명권 획득에 필요한 공화당 전당대회 대의원수 9백97명중 이미 2백7명을 확보했으나「부시」는 45명,「앤더슨」은 39명에 불과하다.
「세기의 대결」로 불리던 민주당의「카터」와「케네디」의 싸움도「카터」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의 후보지명권 획득에 필요한 전당대회 대의원수는 1천6백66명인데「카터」는 이미 그 3분의1에 달하는 5백46명을 확보했으며「케네디」는「카터」의, 절반도 안되는 2백1명에 그치고 있다.
「케네디」는 지금까지의 예비선거중에서 고향인「매사추세츠」를 제외하고는 한번도「카터」를 누른적이 없으며 앞으로 남은 예비선거의 전망도 상당히 불투명하기 짝이없다.
그래서「워싱턴」정가에서는 벌써부터「케네디」가「링」위에 손수건을 던질 명분을 찾으려 할 것이라는 추측에서부터「카터」측이 그럴싸한 명분을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라는 동 경론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하늘을 찌를듯하던「케네디」의 인기가 이렇게 급격히 땅에 떨어진 것은 아무도 예상 못했던 일이었다.
관측통들은「케네디」가「카터」에게 연전연패를 당하고 있는 이유는「채퍼퀴디크」여비서 익사사건으로 의심받게 된「신뢰」를 회복할 길이 없고「카터」의 외교·경제정책을 사사건건 공격하기만 했지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는데 실패했으며 국내외적인 위기를 맞아 미국이 보수주의 경향을 띠고 있어「케네디」같은 진보파 인물이 크게 호소력을 갖기가 힘들다는 여건 때문 등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케네디」는 최근「채퍼퀴디크」사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워싱턴 포스트」지 등 신문에 화풀이를 하고 기자들과도 대판 싸움을 벌여 그의「이미지」를 더욱 흐리게 하고있다.
반면에 「카터」대통령은「이란」인질사건을 구실로 단 한번의 선거유세도 하지 않고 백악관에 앉아 있으면서도 강적「케네디」를 연파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있다.
「카터」대통령은 가끔 전국TV회견을 하면서 수많은 대통령「후보 중의 한사람」이라는「이미지」보다는「백악관의 주인」이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는 고등전략을 쓰고있다.
「카터」대통령이 경향각지의 대표들을 수시로 백악관「파티」에 초대, 그들에게「감격」의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도 현직 대통령의 잇점을 최대한 살린 소위「장미원 전략」중의 하나다.
따라서「카터」대통령은 그의 인기가 급강하하지 않는 한 복잡한 선거유세는 나서지 않을 생각이다.
그렇다고해서「카터」대통령의 앞날이 계속 밝은 것만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는「카터」대통령이 정치를 잘해서라기 보다는「케네디」를 신뢰할 수가 없기 때문에「카터」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란」사태가 불행하게 끝나거나「인플레」가 걷잡을 수없이 악화된다면「카터」대통령의 위치는 몹시 불안하게 흔들릴 것이다.
앞으로 남은「뉴욕」「펜실베이니아」「캘리포니아」등 큰 주의 대의원이 어느 쪽으로 쏠 리느냐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카터」대통령에게는 와신상담 재기를 노리는「케네디」의 존재가 여전히 큰 부담으로 남아있다.【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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