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부자유아 위한 구슬 수영장 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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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몸놀림이 자유롭지 못한 지체부자유아들이 오색구슬이 가득찬 「풀」속에서 개구리헤엄도 치며 자맥질도 하고 깊게 잠수도 한다. 물대신 구슬을 넣었다고 해서 구슬수영장이라 이름 붙여진 이새 시설은 지난 17일 한국소아마비협회 정입회관(관장 황년대)에서 개장했다. 물리 치료가 주요 목적인 이 구슬 「풀」에서 어린이들은 그저 마음껏 팔·다리를 놀릴수 있는 것만이 즐거운듯 웃음꽃이 한방 가득하다.
밑바닥에만 구슬이 조금 깔린 외국의 시설에서「아이디어」를 얻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 구슬수영장 규모는 폭3m·길이6m에 깊이는 80cm. 이 안에 고무와 「플래스틱」으로 만든 색색 구슬들이 30만개가 가득 차있다. 얼핏 탁구공이 연상되는 이 구슬들은 크기가 다양하고 훨씬 부드러운것이 특징. 수영하듯 몸을 담가 휘저으면 부드럽고 포근한 구슬들이 온 몸을 「마사지」 해준다.
『물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쉽게 친해질 수 있어요. 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 어린이들은 즐거워하는데 20분 가량 움직이고 나면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운동효과도 좋습니다』 「프로그램」 담당의 백승완씨는 말한다.
이 회관이 구슬 수영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봄 범태평양 재활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후. 독일의 한 관계자의 보고를 듣고 그해 11월부터 구슬제작에 나섰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어서 기술상 어려움도 많았고 구슬도 개당 17원꼴이나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반영구제품이고 전기·유류 절약을 할수있어 진짜 수영장보다 오히려「경제적」이라고 회관측은 설명한다.
온몸과 특히 장해부분을 집중적으로 움직임으로써 자연스럽게 물리치료를 하는 이 구슬수영장을 처음 대하는 어린이들은 갖가지 재미있는 광경을 자아낸다. 구슬이 예뻐 한두개씩 슬쩍 집어가는 어린이가 있는가하면 오줌을 누는 어린이, 바지주머니에 넣어둔 차비를 잃어버리고 울상인 어린이, 또 벗겨진 양말을 찾아달라는 어린이등 가지각색이다.
수영처럼 준비운동이 필요없는 대신 주머니속의 소지품을 모두 꺼낼 것, 양말을 벗을것, 소변을 보고 들어갈것등이 주의사항이다. 18일 첫 오전수업의 중학교 어린이들은 장정구담당교사의 주의사항을 깔깔거리며 듣고는 곧 구슬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힘들줄 알고 겁이 났었는데 재미있어요. 이런 놀이가 많이 개발됐으면 정말 좋을것 같아요.」오늘 처음 참가했다는 영동중학교 1학년 최종근군은 말한다.
이 구슬수영의 또 하나 큰 목표는 어린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운동이라면 지레 겁을먹는 지체부자유 아들이 이 놀이를 못해 운동과 친해지고 꿋꿋한 사회인으로서의 자질을 키워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강한지 며칠안됐지만 벌써 문의가 쇄도, 토·일요일에는 일반지체 부자유아들을 위해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황관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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