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컴퓨터」에 입력 한국학 연구가 쉬워진다|동양학연·과기정보센터 공동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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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 정신문화의 근간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조선왕조실록이 문헌참고·자전편찬 등 다양한 활용을 위해 「컴퓨터」에 입력되게 된다.
12일 한국 과학기술정보 「센터」(KORSTIC)가 동양학연구소(단국대부설)의 요청에 의해 확정한 『조선왕조실록 「데이터·베이스」화 계획』에 마르면 이 작업은 4개년에 걸쳐 동양학연구소와 과학기술정보 「센터」가 공동과제로 추진토록 되어있다.
조선왕조실록은 이씨조선 5백년간의 각종 사실을 집대성해 놓은 정사로 총8백88권, 7천3백40만여 자에, 나오는 한자 가지 수도 5만여자에 이르는 방대한 사료로 영인본은 50권으로 되어있다.
현재 이 문헌을 토대로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만도 2백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실록을 참고로 하는데는 많은 난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이조시대의 당쟁사를 연구한다면 실록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를 모두 읽어봐야 하고, 그렇게 한다해도 누락되는 부분이 있게 마련.
이러한 난점을 해결하기위패 78년 동양학연구소의 이강노 교수가 정보 「센터」에 「실록의 전산자료화」가능성을 타진함으로써 비롯됐다. 정보 「센터」와 동양학 연구소가 공동으로 추진한 「실록」의 조사자료와 작업은 수선 실록을 문장별·낱말별로 분류하고 그 실록에 나오는 5만여자의 한자를 동자 이의어·이음 동의어 등으로 파악, 1만여자로 축소시킨다.
분류된 실록을 「컴퓨터」가 읽을 수 있도록 부호화 하여 기본자형에 맞춰 입력시킨다.
입력된 자료를 가나다순, 빈도순으로 정리, 대량의 인쇄가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개발한다.
끝으로 주석문(국한문 병용)을 입력시킨다.
이 작업이 끝나면 이조실록의 이용이 간편해진다.
일례로 어느 학자가 이조시대의 과거제도를 알고싶다면 「과거」라는 낱말을 부호화한 「키」만 누르면 「과거」자가 들어있는 모든 문장이 수록된 인쇄자료가 즉시 나오게되어 이조시대의 과거제도에 관해 한 건도 누락 없이 소상히 알 수 있다.
또한 소설가가 「이조 비빈의 갈등」에 관해 쓰고싶어 고증을 하고 싶으면 우선 비빈의 목록을 뽑아내고 거기서 다시 갈등에 얽힌 내용을 추릴 수 있어 손쉽게 방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그 외에도 한한자전 편찬·민족 문화대사전 편찬·민족문화에의 응용에도 널리 쓰일 수 있다.
이 교수는 『이 작업은 순수한 인력으로만 시도함 경우, 전문인 10명이 10년 동안 해야 기초작업을 끝낼 수 있고, 완벽한 자료 구실을 할 수 있게 하려면 20년이 더 걸린다.』고 전제하고, 『실록의 전산자료화가 일단 완성되면 다른 국학자료의 전산화도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유경희 정보 「센터」전산실장도 조선왕조실록의 전산자료화는 한국학 연구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작업에 소요되는 총 경비는 약 18억원으로 현재 동양학연구소에서 제1차 작업에 착수한 상태이고 정보 「센터」가 본격적으로 2차 작업에 착수하는 시기는 오는 4월이 될 예정이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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