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시리아 '제2 이라크'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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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시리아는 '제2의 이라크'가 될 것인가.

시리아의 이라크 지원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던 미국이 급기야 경제.외교적 제재 검토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14일 기자들에게 "우리는 외교적.경제적 또는 다른 형태로 가능한 제재 조치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파월 장관의 발언은 이라크에 대해 경고를 넘어 '조치'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미국의 대 이라크 조치는 유엔제재→대량살상무기 보유 사실 공론화→무장해제 요구→군사 공격이라는 순서를 취한 바 있다. 미국은 시리아에 대해 대량살상무기 보유, 이라크군 지원, 이라크 고위 인사 도피 수용 등의 혐의를 제시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주장하면서 아울러 "시리아는 바트당원.군 장교 등 후세인 정권 휘하에 있었던 그 누구도 숨겨줘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이날 MSNBC.CBS TV와 잇따라 인터뷰를 하고 "시리아는 대량살상무기 추구를 포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이라크 전쟁이 완료되기도 전에 미국이 시리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미국이 구상 중인 중동의 신질서에 시리아가 가장 직접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가디언.인디펜던트 등 영국 신문들이 분석했다.

우선 시리아는 개전 이후 요르단이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이라크와의 국경을 봉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후세인 측근들이 시리아를 망명처로 택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또 '순교'를 맹세하며 참전한 아랍권 자원병도 상당수가 시리아 정부에서 무기.자금을 지원받은 시리아 출신으로 드러나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미국의 패전을 원한다"고 공개 발언한 유일한 아랍권 지도자다.

미국은 이 같은 시리아의 행보를 감안할 때 이라크 전쟁이 종료된 뒤에도 시리아가 헤즈볼라 등 과격 이슬람 집단을 이라크에 침투시켜 미군을 공격하고 정정불안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미국은 다음 단계 '테러와의 전쟁' 대상을 헤즈볼라로 설정했다"며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시리아도 미국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리아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는 물증이 없고▶이라크와 달리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한 전력이 없는 데다▶1967년 이래 자국 영토(골란고원)를 이스라엘에 점령당해온 피해자라는 점 등 때문에 미국이 시리아를 공격할 경우 중동 국가들과 국제 사회의 반발은 이라크전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강찬호 기자

<바로잡습니다>

4월 15일자 13면 "미, 시리아 제재 검토"기사에 딸린 '시리아 개관'도표 중 '시리아 면적:2만1천5백80㎢'는 '18만5천1백80㎢'의 오기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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