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박종환 감독 '눈높이 축구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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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을 뗀) 아기에겐 이유식을 줘야 해. 밥을 주면 탈이 나거든."

프로축구 신생팀 대구 FC의 박종환(65)감독이 주장하는 이른바 '맞춤 축구'다. 선수 능력에 맞는 '최적의 훈련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구의 34명 엔트리 중 대학을 졸업한 '젊은 피'는 4명뿐이고, 나머지 30명은 방출 등 이런 저런 어려움을 겪은 선수들이다. 체력이나 의욕도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고, 경기나 전술에 대한 이해도 역시 미흡할 때가 있다. 그래서 박감독은 '맞춤 훈련'을 개발했다.

그 첫번째는 '자극 주기'다.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방법이다. '육순객'답지 않은 박감독의 강철 같은 체력이 밑천이다.

선수들이 잔뜩 허리를 들어올린 채 팔굽혀펴기를 서른번쯤 하고 나서 힘들어 하면 박감독은 대뜸 그 옆으로 쫓아가 'FM(제대로된 방식)대로' 50번을 후딱 해치워버린다. 20~30대 선수들이 머쓱해질 수밖에 없다. 35㎏짜리 벤치프레스를 1백개 정도 밀어올려 선수들의 기를 죽이기도 한다. 연습경기 때는 심판을 맡아 전.후반 90분 동안 꼬박 선수들과 함께 뛴다. '늙은이인 나도 하는데 젊은 너희들이 왜 못해!'라는 무언의 질책이다.

둘째는 '이유식 전술훈련'이다. 대개 프로팀은 최소한 8개 이상의 전술을 구사한다. 그러나 박감독은 3~4가지의 전술만 선수들에게 가르치고 요구한다. 이해도에 맞게 차근차근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리그 중반쯤이면 가짓수가 5~6개로 늘어날지도 모른다.

셋째는 '가정식 보살핌'이다. 선수들은 대개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다. 선수 관리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박감독은 숙소 정리와 개인 생활, 그리고 식단까지 꼼꼼히 챙기고 관리한다. 진정으로 관심받고 있다는 것을 선수들이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넷째는 '부담 털어주기'다. 박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이 긴장하면 "부담은 저들의 몫이다. 우린 아무 부담이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뛰어라"라고 주문한다. 선수들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K-리그에서 대구 FC가 '가장 거친 팀'으로 분류되는 것도 승리라는 고삐를 던져버렸기 때문이지도 모른다.

홈경기 때면 대구시에 '첫승의 날이 왔다'는 플래카드가 어김없이 내걸린다. 대구 시민들이 박감독의 조련방식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작은 증거다.

대구=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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