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농수산물의 유통 「마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농수산물의 유통 「마진」폭이 크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면서도 아직 개선의 손길이 안 미치고 있다.
관계당국이 조사한 주요농산물의 「마진」율을 보면 최저 44%에서 최고 1백10%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사이에 개입하고 있는 중간단계의 유통구조로 인해 가장 혜택을 입어야할 생산자나 소비자가 다같이 피해를 보고있는 것이다.
그것은 농수산물이 갖고있는 특질인 계절적 공급제약요인, 보관상의 어려움 등에서 연유하는 문제도 있지만 유통조직이 전근대적인 양태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현재 농수산물의 유통단계는 수집·도보·소매로 대별하고있는 것이 관계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품목에 따라서는 최고 7단계의 유통과정까지 있으며 한 과정을 거칠 때마다 「마진」이 붙어 최종 소비자에게 올 때는 생산자출하가격의 3배 이상으로 값이 매겨지는 사례도 있다.
예컨대 수산물의 경우는 생산자로부터 위탁판매장 중개인 도매상을 거쳐 대도시에 온 다음 다시 대도시수산시장 중개인 도매상 소매상을 돌아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미곡의 유통구조는 생산자→수집상→도매상→대도시양곡도매시장→도매상→소매상→소비자라는 5단계의 중간경로가 있다.
이처럼 유통구조가 복잡하고 중간에 끼여들 여백이 많기 때문에 유통「마진」폭이 눈덩이 구르듯 불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농수산부나 농·수협 및 상공부 등 관계당국은 물가안정책의 일환으로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비내구성 1차산품의 유통과정을 마치는데 힘을 들여야 할 줄로 안다.
한때 대한상의 같은 민간경제기구도 농수산물의 유통구조문제를 주요 연구과제로 다루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는 농수산물생산자의 수익보장이나 가격안정 또는 수급의 원활 등의 애로부문 해소가 계속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꾸준히 유통상의 문제점을 파고들어 개혁해나가는 정책수단이 아쉽다.
농수산물의 유통구조 개선은 다단계로 되어있는 중간과정을 단축하는 것이 첩경이다.
농·수협이 계통수매·출하로 중간에 개재하고 있는 단계를 배제함으로써 생산과 소비를 직접 연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도 농·수협이 직판장을 운영하고 있으나 고급주택지구에 주력하고 있는 감을 줄뿐, 막상 혜택을 입어야할 변두리지대는 오히려 소외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유통기구의 대형화도 시급하다.
농수산물의 판매망이 잡다하고 영세한데다 비위생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대량수집과 판매가 가능토록 유통조직을 정비, 육성해야 할 것이다.
부패·변질되기 쉬운 농수산물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저장시설의 현대화도 뒤따라야 한다.
저장시설은 계절적인 수급불균형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도 반드시 충분하게 마련되는 것이 좋다.
이들 대응책에 대한 투자규모가 방대하다는 난점이 있다고 한다면, 한가지씩 차례로 풀어나가면 될 것이다.
농수산물이 우리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유통구조근대화에 대한 투자는 어느 분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