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주 예선을 고비로 불붙은 「백악관경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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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 빛나는 「돔」을 가진 주 청사가 자리잡은 「메인·스트리트」는「뉴햄프셔」주 수도「콩코드」의 중심가다.
발목이 빠질 만큼 눈이 쌓인 탓인지 행인의 발길이 뜸하고 자동차의 내왕도 빈번치 않아 예비선거를 치르는 도시 같지 않았다.
인구 73만7천명 가운데 등록된 유권자는 48만1천명에 지나지 않는 이 주의 예비선거 결과가 미국대통령 선거과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얼른 믿어지지 않는다.
76년의 대통령선거에서 무명의 「지미·카터」가 백악관을 향한 도약대를 마련한 것은 바로 이곳에서「모리스·유들」후보를 누르고 민주당의 선두주자로 부상하면서부터였다.
「뉴햄프셔」주는 지난 1952년이래 한번의 예외도 없이 이곳에서 승리한 후보를 백악관의 주인으로 들여앉힌 정치적 전통을 갖고 있다.
미국의 지성을 대변한다는 동부 「뉴잉글랜드」지방사람들의 선택이 곧 「미국의 선택」 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을 꿈꾸는 누구라도 38개 주의 예비선거 중 가장 먼저 실시되는 「뉴햄프셔」예비선거에 전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
「콩코드」의「메인·스트리트」는 바로 열기에 찬 정치의 거리였다. 모든 후보들의 선거운동본부가 이 거리에 몰려 있다.
『80년의「지미」』라는 공화당의「조지·부시」가 주 청사 옆 건물의 1층에 본부를 차렸고 「하이웨이」옆「모델」에도 큰 간판을 내걸었다.
그 맞은편에「하워드·베이커」가 사무실을 열었고 「로널드·리건」은 「웨스턴·유니언」전신회사의 1층 뒷방을 쓰고 있었다.
이 밖에도 공화당 쪽에선「코널리」,「봅·돌」,「존·앤더슨」,「필립·크레인」등 모두 7명이 각축했지만 선두는 「부시」와 「리건」의 싸움이었다.
민주당에선 「카터」와 「케네디」, 그리고 「브라운」「캘리포니아」주지사 말고도 「래루치」라는 무명인사가 뛰었지만 역시 「카터」와 「케네디」의 대결장.
두 사람이 앙숙이라는 것은 선거본부의 위치로서도 알 수 있다.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답게 「카터」-「먼데일」본부는「메인·스트리트」와「플레전트·스트리트」가, 마주치는 모퉁이 건물의 2층을 모두 쓰고 있었다.
본부사람들의 표정도 한결 느긋했다. 「낸시」라는 비서는「뉴햄프셔」의 유력지「더·맨체스터·유니언·리더」지가 발표한 여론조사결과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이길 것은 틀림없지만 그래도 이 지역은 워낙 「케네디」의 안마당인지라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엄살기 섞어 말했다.
그 조사는 「카터」가 54%, 「케네디」가 32%이었다. 또「보스턴·글러브」지는50대 38로「카터」우세를 보도했다.
「아이오와」주에서 59대 31로 패배한「케네디」는 지난 10일 「메인」주의 민주당 대의원 선거에서 10%의 차로「카터」를 추격해「뉴햄프셔」에서 그 간격을 더 줄일 전략으로 뛰었다.
「카터」본부에서 창 밖으로 내려다보면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는 납작한 1층 건물이 「케네디」의 선거본부다.
이웃에 「콩코드」체육관이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의 2층과 3층은 1백 명이 넘는 「케네디」 지지청년대원들의 합숙소였다.
「슬리핑·백」과 배낭이 어지럽게 흩어진 곳에서 만난「마크·설리번」군(18)은「보스턴」의 고등학생이었고「주디·콜프」양은 멀리「뉴욕」에서 자진해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80년대를 맡을 사람은 「케네디」뿐』이라는 구호를 믿는다면서『우리는「뉴잉글랜드」출신의 대통령을 원한다』고「카터」가 남부출신 촌사람임을 비아냥거렸다.
「뉴햄프셔」의 법에 따라 29만4천4백「달러」로 제한된 선거자금을 대부분 바닥낸 각 후보들은 막바지에서 TV 또는「라디오」「스포츠」광고를 집중적으로 이용하고 부인을 동원하는 등 갖가지 기발한「아이디어」를 짜냈다.
「케네디」의원의 부인「조앤·케네디」와 옛 형수「재클린·오나시스」까지 유세에 나서자 「카터」대통령 측은「퍼스트·레이디」를 내세웠다.
「로절린·카터」는 23일까지 사흘동안 4개 주의 11개 도시를 순방하면서 연설 10회, 기자회견 5회를 가졌고 5개의 공장을 방문해 4천명 이상과 악수작전을 벌였다.
「로절린」은 국내·외 문제에 대해선 남편과 한치도 틀리지 않는 대책을 설명하면서 함께 사진을 찍는다거나 악수와 미소를 던지며 『나는 내 남편이 자랑스러울 뿐 아니라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내 남편에게 한 표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뉴햄프셔」주 예선에서 민주당 쪽에선 「카터」가 이김으로써 오는 8월의「뉴욕」지명대회에서 지명을 얻을 전망이 더욱 짙어지고 「케네디」의원으로선 이번 선거를 포기해야 할 기로에 서게됐다.
민주당 안에서도 「케네디」의원의 「에너지」와 「인플레」정책이 「카터」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비난을 듣고 있는데다가「이란」과 「아프가니스탄」사태가 「카터」대통령의 입장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콩코드(미 뉴햄프셔 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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