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 졸업식에 꽃핀 두 미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선행상 6학년4반 유지명』-. 14일 상오 11시 서울 동궈로국민학교 졸업식장.
6백여명의 졸업생과 재학생·학부모들이 박수를 쳤다.
그러나 같은반 박재형군 (12) 의 눈에는 눈물이 괴었다. 3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불편한 자신을 위해 5년 동안 우정을 보여준 지명이와 이제 헤어져야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명군(12)과 재형군이 만난 것은 국민학교 2학년 때었다. 어머니 등에 업혀 등·하교하는 재형이를 일부 급우들이 놀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명군은 재형군을 돕기로 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집에서 1km떨어진 재형이 집에 들러 그를 부축해 등교했다.
비가 오는 날은 함께 비를 맞고 학교에 갔다. 재형이의 가방까지 들어야 하기 때문에 우산을 받쳐들 수가 없었다.
6학년때 재형이가 교내 합주반에 들어가서 귀가시간이 늦어지자 지명이는 운동장에서「볼」을 차며 변형이를 기다리기도 했다.
졸업과 함께 이들은 헤어질수 밖에 없다. 재형군은 집에서 가까운 구로중학에 배정을 받았으나 지명군은 영서중학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졸업식이 끝나고 친구들이 다 빠져나간 교정에서 두 소년은 서로의 어깨를 부등켜 안고 『몸은 헤어지더라도 우정은 변치말자』고 어른스레 다짐했다.<도성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