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술하면 건강 되찾는데 취업 불이익 안타까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8면

우리나라에서 선천성 심장병 수술이 처음 이뤄진 해는 1959년. 이후 의료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매년 4천여명의 어린이들이 생명을 얻어 현재 심장수술을 받은 16세 이상 성인만 해도 10만여명을 헤아린다.

심지어 한두 달 넘기기 힘든 복합 기형 신생아를 포함, 수술 환자의 85% 이상이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의술이 발달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술 환자 중 35%가 성인이 되면서 다양한 합병증으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부정맥이나 감염성 심내막염.심근 기능 부전.협심증과 같은 질병에 노출될 수 있고, 특히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이 심장에 부담을 줘 합병증을 나타내기도 한다.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소장 이흥재(57.심장소아과.사진) 교수가 1995년 국내 처음으로 '성인 선천성 심장병 클리닉(GUCH)'을 개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교수는 "수술을 받은 어린이가 성장해서 문제가 나타나면 이를 책임지고 전담할 부서가 마땅치 않아 당황하는 것은 물론 전문 치료도 받기 어렵다"고 말한다. 청소년이 소아과를 방문한다거나 일부 환자들은 심장내과나 흉부외과 등을 방황하기 일쑤라는 것.

현재 이 클리닉에서는 소아심장과와 순환기내과가 협진하고 전문 코디네이터.전문 간호사가 상주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산부인과나 흉부외과 등 환자에게 필요한 과를 연결시켜 준다. 지금까지 클리닉에 등록해 관리를 받는 환자는 1천5백여명.

무엇보다 이교수가 가슴 아파하는 것은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합병증이 나타나는 35%를 제외한 65%의 환자들은 모두 건강하게 평균 수명을 누립니다. 또 나머지 환자들도 관리만 잘 하면 별 문제 없는데 현실적으론 취업이 안되고 보험 가입도 어려울 정도로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군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이들이 재활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