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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해로 회갑을 맞은 한국영화지만 아직도 우리 영화는 지식인과 일반에게 불신을 받고 여전히 혼미와 방황속에서 방향을 찾지못하고 있다. 그런만큼 80년대에는 어떻게 달라질것인가, 그리고 무엇이 달라져야 바람직한가 생각해보지 않을수 없다.
지난 70년대 한국영화의 특징은 도시속에서 벌어지는 사랑의 여러 형태를 통해 붕괴되어가는 기존 성「모럴」속에 방황하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다수 영화화되었다는 점이다. 하길종 이장호 김호선 이원세등 젊은감독들이 주가 되어 한국영화의 새로운 상업주의를 번지게한 것이다.
한국영화의 맥락에서 제3세대에 해당되는 이들이 80년대 영화를 주도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80년대에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이들이 보다 내면적으로 성장해 들어가 생에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이시대·이사회, 그리고 한국인이 안고있는 고뇌와 씨름하는 「영화작가」다운 경지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저력이 있는 전현목 김기영 김수용, 그리고 70년대에 새롭게 문제작을내어 부상한 임권택등이 80년대 영화예술의 기수로서 투철한 「작가정신」을 가지고 한국영화를 주도해 나갈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80년대 한국영화계가 갖춰야할것은 뚜렷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말할 나위없이 그것은 70년대까지의 방향상실을 딛고 일어서 영화의 예술성을 되살리고 우리의 문체와 우리의 고뇌와 대결하는 「작가정신」을 뜻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적으로 영화감독들이 뚜렷한 사명감을 갖고 한갓 제작자의 주문에 쉽게 응하는 기능공이 아니라 참된 예술가가 되는 길을 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제작자들도 외화「쿼터」따기에만 급급하지말고 문화의식을 갖고 영화예술을 담당한다는 드높은 사명감으로 한국영화에 이바지해야한다.
기재와 「스튜디오」를 현대화시키고 동시녹음으로 전환하는등 영화 자체의 발전을 위해 투자해야한다. 그리고 흥행위주가 아닌 예술영화를 수입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데이비드·O·셀즈낙」「다릴·F·자눅」같은 양식있는 제작자가 나와 한국영화의 판도를 달리 전개시키고 예술로서의 승화를 위해 전력해야 할것이다.
이같은 영화인들의 내적의식의 변혁과 아울러 중요시되는 것은 영화를 둘러싼 제작여건의 개선이라는 또하나의 측면이다.
한국영화는 영화정책의 향방에 마라 많이 좌우된다.
따라서 영화정책의 방향에따라 80년대 우리영화는 크게 발전할수도 있고 더욱 위축될 수도 있다.
기업형성을 위한 「메이저·컴퍼니」 위주의 제작사 육성에서 영화법을 개정하여 「메이저·컴퍼니」와 창의있는 개인을 살리는 군소「프러덕션」이나 우수한 개인 기획을 지원하는 PD「시스팀」을 병행시켜 그말썽많은 외화수입 「쿼터」를 반쯤 공영화하여 이를 군소「프러덕션」이나 우수한 개인 기획에 융자케하고, 그밖에 다른 영화진흥에 유용히 써 영화를 하고 싶어하는 영화사들의 창의를 살려야한다.
이런 반「메이저·컴퍼니」, 반 개인「프러덕션」의 병행육성은 한국영화예술을 위한 또하나의 방법이 될것이다. 이에대한 80년대의 전망은 비교적 밝다고 본다.
또 심사위원에게만 보이고 창고에서 썩고있는 소위 「우수영화」선정제도는 시중에 개봉된것에 한하도록 제한을 두는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우수영화」「대종상」등은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선정하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바뀌어나가야하며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다. 청교도정신이 근간이된 미국의 「프러덕션·코드」(윤리규정)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규정이 완화되어가는 예를 보아 검열규정도 보다 완화되어 표현의 자유의 폭을 넓히게 될것으로 전망한다.
낙후한 기술과 기재를 빨리 현대화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동시녹음 「시스팀」을 권장하고 「우수영화」나 각종상·해외영화제 출품등은 동시녹음이어야 한다는 것을 시행령으로 못박아 기술과 기재의 현대화를 꾀해야한다.
그밖에 영화의 「아카데미즘」확립과 비평부재의 풍토가 불식되어 적극적인 한국영화의 채찍질과 이론적 뒷받침이 따라야겠다. 전문서적의 출판, 일간지나 월간지에서의 영화평의 개재등으로 비평이 한국영화의 방향을 잡아주는 80년대가 되리라고 본다.
아울러 주먹구구식이고 전근대적인 여건에 허덕이는 한국영화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문재를 검토하고 후진을 키우는 「영화연구소」등을 진전공두에 설치케 하여 한국영화현장의 전근대성을 개선케 해야한다.
80년대는 이런 문제들을 서서히 해결하면서 한국영화가 예술로서 성장하여 「칸」이나 「베니스」「베를린」등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케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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