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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주최 전국 5개도시 6차례 개헌공청회 결산|"대통령제 좋지만 장기집권은 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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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명이 내각책임제 주장
○…지난 16일 서울서 시작된 국회헌법개정심의 특별위원회 주최 개헌공청회가 29일 2차 서울공청회를 끝으로 전국 5개 도시에서 열린 후 막을 내렸다.
6차의 공청회를 통해 1만5, 6천명을 헤아리는 방청객이 참석하여 개헌에 대한 국민의 열기와 기대를 나타냈으며 50명의 공술인들도 백화제방·백가쟁명식의 갖가지 주장을 소신껏 피력했다.
공술인 중 92%에 달하는 48명이 대통령의 직선제를 주장했고 간선제 주장은 2명에 불과했으며 임기 4년에 1차 중임 허용이 35명으로 70%를 점했다.
대통령 임기를 단임제로 해야 한다는 공술인도 12명에 달했고 이중 8명은 6년 단임제를 주장했다.
권력구조에 있어서는 대통령책임제가 45명으로 압도적이고 이중 내각책임제를 가미해야 한다는 의견이 18명이나 됐으며 순수한 내각책임제 주장은 김철수(서울대 법대), 서주보(부산대), 현애숙(대구 YWCA총무), 송진혁(중앙일보 논설위원)씨 등 4명에 불과했다.
국회의원 선거구는 1구1인씩을 뽑는 소선거구제가 우세했고 도시는 중선거구, 농촌은 소선거구제를 택하는 선거구의 이원화 주장도 더러 나왔다.

<직능단체이익 대변도>
○…공술인 중에는 5년만에 얻은 정치발언의 기회를 빌어 개헌내용과는 관계없는 체제비판을 하거나 정치강연장으로 착각하여 특정 정당이나 정부를 공격하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그중에는 농도짙은 지방색이나 소속직능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발언이 튀어 나오기도 했다.
김계환 교수(청주대)는 지방자치제의 단계적 실시를 주장하면서 서울·부산 다음으로 밀도가 높은 청주와 대전에서 실시할 것을 요구했고, 이대환씨 (대구 상공회의소)는 과거 부산이 인구 1백20만명일때 직할시로 승격된 것을 들어 1백50만명이 넘는 대구도 빨리 직할시로 해야한다고 주장.
문인구 변호사는 『변호사 중에는 국민의 신임을 못받고 있는 사람이 있지만 사실 변호사는 방대한 권력을 상대로 육법전서 하나만을 들고 싸우고 있다』며 『변호사들에게 국민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힘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
노동계를 대표한 김덕화씨(전매노조)는 『근로자들이 빈곤의 멍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 노동운동의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진혁씨(중앙일보 논설위원)는 70년대의 한국언론은 외부의 전화, 문공부의 협조요청에 의해 정부 입맛에 맞는 제작만을 해왔다며 학생 「데모」를 취재하러간 기자가 돌팔매를 당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항상 언론에 대해 섭섭하다는 뜻을 표해 「안팎 곱사등이」가 되어 버렸다고 자탄.
이병주씨(소설가)는 인구 8백만명이 넘는 서울시민들이 대통령은 직선하면서 시장을 뽑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서울만이라도 즉각 지방자치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법부가 통과부돼서야>
○…구체제에 대한 공술인들의 비판소리도 높아 김택현 변호사는 『많은 시민과 학생이 곤욕을 치른 긴급조치는 사람을 묶기위한 조치였다』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서재일씨(기남매일 논설위원)는 대통령 하사금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며 「하사」란 본래 왕이나 황제가 주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글자풀이까지 했다.
김철수 교수는 의원보다 비서관이 더 센 것은 대통령중심제이기 때문이라고 비유.
김교수는 대통령제에서는 모든 사람이 대통령 눈치만 보게되어 국민이나 국회의원의 의견이 국정에 반영될 수 없다며 모든 사람이 「한분」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기위해 순종만 했다고 호되게 비판.
채중묵 교수(전북대)는 국회가 입법부가 아닌 「통과부」가 되어 국회의장이 방망이만 치더라고 꼬집고 우체국에서 소인을 찍는 사람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하면 훨씬 더 능률적이 될 것이라고 국회의 무능을 힐책.
박인성씨(전남일보 주필)도 부정부패·장기집권을 막는 만병통치약은 언론자유 밖에 없다고 했다.

<정당 강제가입 없어야>
○…공청회 과정을 통해 각양각색의 「아이디어」가 양산되기도 했다.
농민대표로 나선 박응구씨(농장경영)는 농수산부 장관을 수석 국무위원으로 하여 총리 유고시 대행토록 하자고 했고, 오상도씨(대구상고 교감)는 교육·사회문제 담당 부총리를 1명 더 두자고 제의.
한상범 교수(동국대)는 도청남용을 막기위해 판사의 영장이 있어야 도청이 가능토록 하자는 이색제의와 함께 정권의 평화적 기틀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새 헌법에 의해 최초로 당선되는 대통령은 연임할 수 없다는 조항을 부칙에 신설하자고 했다.
문인구 변호사는 검찰권 남용을 막기위해 검찰총장의 2년 임기제를 제의했고 송진혁씨는 언론의 자유보장을 위해 언론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
이경숙 교수(숙대)는 저질 국회의원의 제거를 위해 헌법재판소에 의원 제명권을 부여하자고 했고 김영모 교수(중앙대)는 기본권에 국민복지권을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고민영 목사(광주)는 동학사상을 헌법 전문에 삽입할 것을 주장했고 양호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정당가입의 자유는 물론 불가입 자유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수 교수는 피의자의 묵비권을 인정해야 한다, 김계환 교수는 『국군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는 조항을 두어야 한다고 제안.
이밖에 ▲국민저항권 ▲환경권 ▲보건권 ▲행복추구권 ▲연좌제 폐지 ▲국회의원 소환권 ▲사형제 폐지 ▲부정부패방지 특별기구 ▲여성전담기구의 설치주장 등 갖가지 제안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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