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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편하게 먹으면 오래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나라 최고령자로 알려진 김진화할머니(1백21세ㆍ호적나이 1백28세)는 환갑을 두 번이나지내고도 아직도 정정하다. 백발이 성성하지만 허리도 굽지않고 얼핏 60∼70세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할머니는 서울성수동2가36의351 엉성한「블록」집의 단간셋방에서 조카 이현옥씨(40)의 여섯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김할머니는 또박또박 말을 이어가는 폼이나 꼿꼿한 몸가짐으로보아 앞으로도 여러해「최고령」의 자리를 지킬것같다.
김할머니는 날이 추워서 주로 방안에서 손녀들을 돌보며 지내지만 동네나들이나 집안청소·연탄갈기등 가벼운집안일을 다 해낸다. 몇해전에 두개씩 남았던 앞니가 빠져 잇몸으로 식사를 하는 금할머니는 끼니를 거르지 않고 제때 아무거나 잘 먹는다.
장수비결을 묻자 마음을 편히 가지고 제때 식사하는것말고 어려서 보약을 많이먹은 탓인것 같다고 했다.
김할머니의 고향은 함경도영흥. 부농의 무남독녀로 태어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는데 김할머니의 할아버지는 산삼을 달이거나 생으로 먹게했다.
16세에 시집을 갔는데 시댁이 또약초재배상을 하는집이어서 철마다보약을 먹었다고 했다. 또 산골이어서 겨울이면 멧돼지·노루등 산짐승등을 잡아 피와고기를「귀한줄 모르고」먹었는데 아마 그탓으로 이렇게 오래 사는것 같다고 웃는다.
남편은 김할머니가 6l세되던해 숨지고 슬하에 5남2녀가 모두 출가, 손자들도 50여명이나 되었지만 지금은 얼굴을 기억해낼수가 없다고했다.
8·15해방때 86세였던 김할머니는 이듬해 자녀들이『곧뒤따라 갈테니 어머니 먼저가시라』고해 당시 여선생이던 조카 이씨만을 안고 단신 월남한것이 영원한 이별이 되고 말았다.
월남후 원주·철원등지서 광주리장사를하며 조카 이씨를 키우다 68년 서울로 옮겨왔다. 김할머니는『조카를 키우느라 1백10세까지는 내손으로 벌어서 먹고 살았다』고했다. <문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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