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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를 맞으라 … 티셔츠 사 입고, 강좌 들으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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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음달 14~18일 한국을 찾는다. 교황을 다룬 도서뿐 아니라 백화점 문화센터 관련 강의까지 나올 정도로 그를 환영하는 열기가 뜨겁다. 지난달 바티칸 광장에 모인 인파를 향해 인사하는 교황.

다음달 14~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한한다. 교황의 25년 만의 방한인 데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세계적으로 아이돌 스타급의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덕분에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도 뜨겁다.

 이런 바람을 타고 현대백화점 문화센터는 교황 관련 강좌를 열었는데 인문학 분야 중 단연 인기를 모았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방한이 확정되기 전인 지난 5월 압구정 본점 등 4개 점포 문화센터에서 ‘교황이 사랑한 예술가 메켈란젤로’ 등의 주제로 총 8번의 교황 관련 강좌 수강신청을 받았는데 반응이 뜨거웠다”며 “방한 확정 후인 이번 여름학기에는 전국 9개 점포 문화센터에 강좌를 각각 6~8개씩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원래 압구정점 이외엔 인문학 강좌에 대한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교황 관련 강좌는 워낙 관심이 높아 전국적으로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세계도 들썩인다. 천주교 신자인 배우 안성기·김희애·김태희·김우빈, 가수 바다, 발레리나 김주원, 쇼트트랙 박승희 선수 등 문화·예술·체육계 인사 36명이 교황 방한을 기념해 만든 뮤직비디오 ‘코이노니아(Koinonia)’가 불을 지폈다. 코이노니아는 히브리어로 공동체·친교·소통을 뜻하는 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홈페이지(popekorea.catholic.or.kr)와 유튜브 등에 지난 7일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유튜브 조회수가 10만건을 훌쩍 넘겼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유튜브 인기 영상에 비하면 많지 않은 수지만 기존에 올린 천주교 관련 영상 중에선 단연 관심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 방한 기념품 판매도 늘고 있다. 명동성당 안의 가톨릭출판사 명동서적·성물센터에서는 교황 캐리커처가 그려진 티셔츠와 쿨타이·스티커·열쇠고리를 판매하고 있다. 모두 공식 기념품들로, 서울대교구 소속 가톨릭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매장과 홈페이지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이영숙 명동서적·성물센터 대리는 “일주일 동안 티셔츠만 110여 벌이 팔릴 정도로 교황 기념품을 찾는 사람이 많다”며 “이런 열기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善終)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대리는 “명동센터를 제외한 서울·분당 지역 5개 센터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연희 가톨릭출판사 제작국 차장은 “방한 전까지 에코백·팔찌·명함케이스·거울 등 총 18종의 기념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점가 역시 교황 특수를 노린 책이 넘쳐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아예 ‘교황 방한 기념 코너’를 만들었다. 벌써 교황 관련 도서 12종이 진열대에 놓여있다. 이중 4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올해 출간된 책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프란치스코 교황 관련 도서가 12종 출간됐다(7월 1일 기준). 지난해는 1년 내내 10종, 2년 전엔 딱 1종이었다.  

 박지연 교보문고 북마스터는 “원래 기독교·불교와 달리 천주교 도서는 출간이 많지 않은데 올해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진영균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대리는 “총 판매량이 아직 많은 편은 아니지만 6월에 전월 대비 판매량이 2배 넘게 늘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이미 예견된 바다. 1984년과 89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때도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84년 4월 21일자 중앙일보를 보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을 보름 남짓 앞두고 교황의 사진이나 교황청 심벌마크가 새겨진 2백여 종의 갖가지 화려한 장식물·기념품·생필품 등이 불티나듯 팔리고 교황이 방문할 성지 근처까지 아스팔트 포장길이 뚫리자 근처 땅값이 4~5배나 치솟는 등 경기가 불붙고 있다’라는 기사가 실려 있다.

 이번 교황 방한에는 자동차업체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달 30일 교황이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를 통해 “(방한 기간 중) 한국 차 가운데서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대놓고 말할 순 없지만 업체들 모두 내심 기대하고 있다”며 “(교황의 선택을 받으면) 국제적으로 막대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교황 방한을 계기로 국내 천주교 성지를 관광상품화 할 계획도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다음달부터 미국, 캐나다 등에서 교황 방한 투어 상품을 홍보할 예정이다. 방한 기간 중 교황이 방문하는 서산시는 교황 방한 기념 엠블럼까지 제작하며 지역 알리기에 열심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민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마케팅으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황까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문화센터의 교황 관련 강의 정도는 별 문제가 없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 코너를 만들면 교황을 상술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도 “월드컵과 달리 교황 방한은 종교색을 띠기 때문에 고객에게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며 “교황 방한 관련 이벤트는 기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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