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튀는 활동' 말고 전공·학습에 포인트 둬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5면

고교생 때 청소년 기자단으로 활동했던 안혜란(가운데)씨가 11일 서울시청소년미디어센터에서 중학생들에게 비교과 활동 경험을 들려주었다. 김수정 기자

여름방학이다. 대입 수시를 코앞에 둔 고3 수험생은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을 정리하며 머리를 싸맬 때다. 고교생활을 나름대로 열심히 보냈지만 막상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는 빈 공간이 많고, 자기소개서에는 무얼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고1, 2에게는 이번 방학이 중요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름방학 동안 나는 어떤 비교과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까? 추천할 만한 원칙을 정리했다.

봉아름 객원기자

원칙 1  꿈과 관련된 활동인가

활동 선택의 기준은 ‘꿈’과 ‘진로’에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자신의 꿈과 지원하려는 대학, 전공을 적어보고 우선 방학 중 참여할 만한 교내 동아리·대회·심화학습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후에 학교장의 승인을 얻어 참여할 수 있는 교육부·교육청·교육지원청 주관 활동이 있는지 정보를 검색한다. 외부 스펙은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교내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수시로 대입 관문을 연 김효정(경희대 일본어학과 1)씨는 다양한 교내 활동과 체험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찾았다. 김씨는 학교 홍보대사, 경제 동아리 활동, 한·일 문화교류축제 등에 참여하면서 일본과 관련된 활동이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 일본과 관련된 활동에 집중했다.

 방학 중에는 진로 탐색활동을 통해 꿈과 희망 전공을 찾아보자. 자칫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활동이 학생부에 기재될지라도 꿈과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면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다.

원칙 2  학습·전공 적합성을 염두에 둬라

대학 입학사정관과 입시전문가는 한목소리로 전공이나 학습과 관련된 활동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방학이 되면 학생들은 독창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입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그저 ‘튀는 활동’에 그칠 공산이 크다.

김창민 한국외대 입학사정관은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평가요소인 전공 적합성, 학업 역량 등을 염두에 두고 학생들의 비교과 활동을 따져본다”면서 “자연계 학생이라면 수학·과학, 인문계라면 인문사회나 영어와 관련된 교내 동아리나 심화학습 프로그램 등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기본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 생물학에 관심이 있다면 탐구 보고서를 만들어 학기 중 교내 경시대회를 대비하고, 사회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교내 사회문제 연구·토론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식이다.

원칙 3  지역사회에 눈을 돌려라

뭔가 새로운 활동을 하고 싶어 큰 단체나 기관의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고 있는가. 먼저 지역사회 단체의 문을 두드리자.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누군가가 이미 많이 해온 뻔한 단체의 ‘모범’ 비교과 활동을 따라가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다른 지원자가 흉내 낼 수 없도록 자신이 사는 지역과 연계된 활동을 발굴해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이공계 학생이라면 살고 있는 지역 이공계 연구소의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든지, 역사나 문화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지역 유적지를 돌면서 나만의 탐방 가이드북을 만드는 식이다.

2014학년도 경희대 수시에 합격한 신혜림(환경조경디자인학과 1)씨는 일찌감치 조경 분야에 진로를 결정하고 관련 활동을 이어갔다. 교내 농·생명과학 동아리의 분과장으로서 살고 있는 곳의 조경 및 생태환경을 조사해 짧은 논문 형태의 동아리 활동집을 발간했다. 신씨는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활동을 멀리서만 찾으려고 하지 말고 주위에서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원칙 4   열정을 다하면 또 다른 길이 열린다

방학 중 집중적인 비교과 활동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내신성적을 뒤집고 수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는 안혜란(서울여대 자율전공학부 1)씨. 그는 “일단 한 활동에 발을 들여놓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다 보면 또 다른 활동과 연결돼 경험이 풍부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학년 여름방학에 안씨는 환경부가 주관하는 ‘제6기 생물자원보전 청소년리더활동’에 열심히 참여했다. 이 활동은 사실 신문·방송 분야로 진출하고 싶은 안씨에게 꼭 필요한 활동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이 활동을 통해 환경보전협회가 운영하는 ‘그린기자단’ 활동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3학년 여름방학 때 그린기자단으로 활동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