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년 만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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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성공회 한 여성 목사가 14일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요크 로이터=뉴스1]

영국 교회가 종교개혁을 통해 로마 교회와 갈라선 건 헨리 8세 때인 1534년이다. 잉글랜드 성공회로 전 세계 성공회의 모태 격이다. 이곳이 48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이 주교가 될 수 있도록 교회법을 고쳤다. 14일(현지시간) 총회 투표를 통해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 여성 주교가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 성공회가 여성에게도 사제직의 문호를 개방한 게 1994년이었다. 그 직후부터 여성도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2000년부터 본격적인 ‘운동’이 시작됐다. 막상 여성 주교안이 총회에 부쳐진 건 2012년이었다. 공감대를 이루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얘기다. 잉글랜드 성공회는 ‘3원제 의회’ 시스템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주교단과 성직자·평신도 의회에서 모두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했다. 평신도 의회는 당시 6표 차로 부결시켰다. “여성으로부터 성서 가르침을 받는 건 성서에 반한다”는 전통주의자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2년 만에 다시 안건을 상정했다. 전통주의자들을 달래기 위해 교구민들이 여성 주교를 원치 않을 경우 남성으로 해달라고 청원할 수 있도록 했다. 우여곡절 끝에 주교·성직자·평신도 총회에서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 351표의 찬성표를 받아 승인됐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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