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장애아의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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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0∼70년대가 개발과 성장의 기간이었다면 80년대 이후는 종합적인 의미의 발전의 시대가 돼야할 것이다.
사회의 발전이란 물량적인 성장과 정신적인 계발의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내포하는 것이며 정신계발의 가장 중요한 지표의 하나는 사회복지에의 각성이라 할 것이다.
「복지」는 인간사회를 인간답게 조성하려는 마음가짐과 「눈」을 뜻하는 것이다.
비록 본격적인 의미의 복지국가를 제도적으로 확충할 단계엔 이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복지지향적인 마음가짐과 「무브먼트」만은 지금부터라도 가져야할 이유가 그 점에 있다.
산업화과정의 황망 중에서 우리 사회의 일각에는 많은 「잊혀진 항목」들이 외롭게 방치되어 있거나 등한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심신장애아문제는 충분한 국가적 혜택도, 시민적 관심도 끌지 못한 채 중진국 한국의 한 부끄러운 암부로 방치돼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신체장애아의 입학이 허가되었느니 안되었느니하는 우울한 이야기가 들려오고, 지방 어디선가는 보호자 없는 정신박약아의 사해를 암매장했다는 비보도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가던 한 신체장애아의 역사사건은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하며, 각종 시설·교육제도·취업기회 전반에 걸쳐 심신장애아가 입는 불이익은 너무나 엄청나다.
이러한 실정은 이제 더 이상 눈감아버리거나 유예시킬 수 없는 정도이며 정부나 민간 「사이드」는 각각 맡은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대응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신체가 불완전하든 뇌기능에 이상이 있든,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며, 전인으로서의 인간적 생활조건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우리 정상인들에겐 그들을 우리와 한 공동체 안에서 공생할 수 있도록 드와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에 「유네스코」에서는 작년의 『세계어린이의 해』에 이어 금년을 『심신장애아의 해』로 정해서 그에 관한 전세계적 관심을 제고하기로 했다하지만, 본사에서도 1980년을「심신장애아 기본대책법제정의 해」로 정하여 이를 위한 적극적인 시민운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심신장애아문제는 현재 현황파악과 실빈태조사 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며, 정신박약아와 뇌성마비아의 차이가 무엇이냐 하는 초보적인 상식조차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 약1백만명으로 추산되는 장애아들의 극소수만이 시설수용과 특수교육혜택을 받고 있는데 그나마 예산부족과 인력부족·시설빈약 때문에 충분한 재고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대부분 모르고 있다.
특수시설에 종사하고 있는 교사나 의료관계자 및 「소셜·워커」들도 똑같은 대학출신인 경우에도 여타 교사직이나 의료직 종사자보다 현저히 뒤지는 보수를 받아가며 초과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도시환경에서 보더라도 그들이 일단 시설 밖으로 나와 거리를 갈 때나 공공장소에 갔을 때 과연 장애아를 위한 특수횡단보도나 전용계단을 단 한군데서나마 쉽게 발견한 적이 있었던가.
이 모든 앞으로의 과제는 물론 하루아침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자체를 문제로서 파악하여 그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마음가짐과 「무브먼트」를 일으키는 일은 오히려 때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심신장애아의 재활을 위한 모든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여와 봉사를 촉구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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