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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기오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공장 굴뚝에서 나온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다. 매캐한 아황산 「가스」에 눈을 뜨지 못한다. 공장폐수에 벼와 과실이 말라죽는다. 근로자들이 마시는 식수에도 6가「크롬」이 섞였다.
울산공업단지-. 62년 공단건설의 첫삽질이 시작된 뒤 17년사이 1백50여공장이 들어섰으나 울산공단지역은 이제 공해와의 전쟁터가 됐다.
울산하늘을 뒤덮고 있는 유독 「가스」는 유황산화물·질소산화물·「암모니아」·불화수소·유화수소 등으로 농작물이 자라지 못하고 공장부근 주민들은 눈병·기관지천식등 호흡기병을 앓는가 하면 실명하는 수도 있다.
이때문에 울산시 남화·용잠·석성동등 공해가 심한 지역 주민들은 당국의 이주계획에 따라 공해를 피해 정든 집을 떠나 이사해야했다.
가장 먼저 이주를 시작한 곳은 남화·용잠동 2백91가구 1천4백여 주민들로 하루1백60만ℓ의 「벙커」C유를 사용하던 인근 울산제2화력발전소의 유독 「가스」·매연·분진 등에 시달려 집밖을 나서지도 못했다.
주민들의 열띤 항의에 한전측은 보상금 24억원을 울산시에 수탁시켜 주민들은 77년 당국으로부터 보상비를 받고 생활터전과 농토를 버리고 공해없는 지역으로 떠났다.
남화동에서 5대를 살다가 우정동으로 이주한 이완수씨(48)의 2남 재동군(l3)은 2년전 바닷가에 나갔다가 눈에 들어간 분진을 비비다 눈병을 앓아 한달만에 시력을 잃었다.
같은 동네에 살던 김윤태씨(43·신정동64의2)는 77년11월부터 양쪽 발가락이 저리고 근육에 통증이 오며 마비현상을 일으켜 보행에 큰 불편을 겪고있다고 했다.
남화동발전소 주변 40여만평은 이제 인적이 끊긴 허허벌판이 됐고 용잠국민학교는 77년3윌 폐교해 운동장에 잡초만 자랐다.
이밖에 공해가 심한 석성동 1백60가구틀 내년에 이주시킬 계획이며 여천·야음동등 공해지역 7천4백84가구 3만4천6백80여명이 『공해없는 마을로 이주시켜달라』고 해 당국은 내년부터 연차계획으로 이주시킬 예정이다.
울산의 공해는 이주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대기오염은 울산의 문제도 아니다.
서울시내 공장·고층건물·차량등에서 내뿜는 오염물질은 하루 3천여t으로 65년에 비해 70년에 2·4배, 75년에 3·8배, 현재는 5배로 늘어났다.
전남 여천·승주·광양군일대 1천1백14ha의 논·밭농작물이 작년 한햇동안 여천공단에서 내뿜는 유독「가스」에 말라죽는등 오염피해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전국 주요도시의 아황산「가스」 평균오염도는 서울0·049, 부산0·046, 마산 0·045, 대구0·029, 인천 0·021PPM으로 세계보건기구기준 0·05PPM에는 못미치지만 일본기준(0·01)을 넘어섰다.
이같이 날로 심각해가고 있는 대기오염방지를 위해서는 오염물질 배출물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이 마련돼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염물질 배출량·풍향·풍속·기온·습도·일조량(일조량)등 기본자료를 「컴퓨터」로 처리해 지역별오염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한다.
또 산업체의 연료개선도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사용중인 유류의 유황함유량은 3·8%로 이를 함유량 1·6%의 「인도네시아」산등으로 바꾸거나 국내경유회사가 탈황(탈황)시설을 갖춰야만 대기오염을 막을 수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규제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지난 7월1일부터 자동차배기 「가스」 합동단속을 시작했으나 지속적 단속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해전문가들은 시민들이 환경보전에 대한 참여의식·고발정신을 더 높여 당국과 산업체들이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도 시급하다고 했다. <김광섭·김병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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