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하대통령의 취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규하대통령이 21일 제10대 대통령에 취임함으로써 그를 수반으로한 새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10·26」사태이후의 고비고비 위난하였던 국내정세를 되돌아볼 때, 우리는 그의 취임으로써 대한민국안에 정통적 민문정부가 건재함을 국내외에 과시할 수 있게 되것을 무엇보다도 다행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이같은 국가적 경사가 국민의 민족적 역량의 성숙과 우리 국군의 철통같은 전후방방위태세견지, 그리고 우방미국정부의 신속한 외교적·군사적지원조치등이 때를 잃지않고 적절하게 취해짐으로써 가능했었다고 생각하는 바이지만, 동시에 그 중요한 원인이 불의의 대통령유고에도 불구하고 헌법상의 권한대행자로서 최대통령과 같은 인물이 정부안에 있었던 덕택으로도 생각한다.
그의 중후한 인품, 정치적 중립성, 만사에 걸쳐 신중하고 차곡차곡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하는 처신등이 국가누란의 위국에 처하여 국민을 안심시키고 별 이의없이 국민적 화합의 기틀을 마련한 원동력이었음을 상기할 때 우리는 그가 스스로 새 정부의 성격을「위기관리정부」라고 규정한데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도 좋을 것이다.
그의 지적대로 지금 우리나라는 비상시국에 처해 있으며, 따라서 국기를 튼튼히 다지면서 국가의 안전과 민주적인 정치발전을 달성해야할 새정부의 소임이 얼마나 막중한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중에도 특히 새 정부의 임무가 질서와 안정을 바탕으로 개헌과 총선, 그리고 정권이양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안에 마무리짓는데 있음은 이미 움직일수 없는 하나의 국민적 합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엄정한 중립적 입장에서 개헌―총선―정부이양에 이르는 일련의 정치일정을 무사히 이행하는 것이 새정부에 맡겨진 가장 핵심적인 과제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터다.
이와같은 정치발전 「스케줄」에 관하여 최대통령은 그 취임사에서 『1년정도면 국민대다수가 찬동할 수 있는 내용의 헌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이어서 그에 수반되는 필요한 조치를 확실하게 취해서 가급적 빠른 시일안에 공명정대한 선거를 실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하고 있다. 최대통령의 이같은 구상에 대해 재야일각에서는 불만을 분명히 했으나, 우리는 그의 이같은 언급이 보다 광범한 국민적 합의에 입각한 「부마의 헌법전」을 만들고자하는 그의 성실성의 표현으로 보고, 이문제에 대해서도 대국적인 견지에서 중논이 모아지기를 기대한다.
또 헌법개정의 방향에 대해 최대통령은 ⓛ국가보위를 확고히 할수 있고 ②정치권력의 남용과 부패의 발생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③극단적인 국론분열과 사회범난이 생길소지가 없어야하며 ④사회정의와 형평의 구현을 기하면서도 자유경제체제의 본질적 장점이 손상되지 않은 경제체제를 유지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한것은 우리가 지키려는 국기의 성격이나 시국의 중대성에 비추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이라 하겠다.
특히 헌법개정 절차에 있어 어떤 특정 정당이나 단체등의 범주안에서만 처리되는 일이 없게하고, 드러난 이해 당사자들만의 편법적인 타협의 산물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한것은 새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선명히 부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개헌의 기본 방향이나 시일등에 대해서는 하나하나가 진지한 공개토의에 붙여져 보다 광범한 국민적 합의를 얻어야 하겠지만, 어쨌든 그가 제시한 새로운 정치발전의 전제방법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이 갈만한 것이라 하겠다.
한편, 최대통령 영도하의 정부가 과도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서 정부로서의 동유기능이 과소평가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새정부를 과도적 성격을 띤 정부라고 부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차원에서의 호칭일뿐이며, 따라서 국가안보와 치안질서를 튼튼히 유지하면서 경제발전과 민생을 안정시키는 정부의 책무와 기능에는 추호의 폄하도 있을 수 없다.
이런 뜻에서 대통령의 권위와 강력한 지도력의 발휘는 어느때 보다도 절실하다. 과도적 성격을 띤 정부라하여 그의 이같은 권능과 지도력을 넘보려는 단체든 개인이든 일체의 요인이 용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민족사의 일대 전환점에 선 지금 가장 긴요한 것은 국민적화합이라함은 새삼 지적할 필요조차 없다. 국민 무두가 간절히 바라는 사회적안정, 정치적 안정도 국극적으로는 이러한 국민적 대화합이 전제가 되지않으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취임식을 계기로 최대통령이 긴급조치위반자를 포함한 1천6백46명에 대해 특별사면및 특별감형을 단행한 것은 퍽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은전이 공산주의자나 파렴치범들을 제외한 좀더 광범한 대상에 미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사면·감형된 자에 대한 복권조치까지도 고려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것이 여론인 것이다. 『평화와 안정과 발전을 위한 국민적인 참여의 영역을 확대한다』고한 최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루어 우리는 좀더 폭넓은 후속조치를 기대한다.
최대통령의 취임을 거듭 경하하면서 우리는 국민과 더불어 그가「위기관리정부」수반으로서의 소임을 훌륭히 완수한 원수로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