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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 아랫입술 재건 수술법 만든 소록도 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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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오동찬(46·사진)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치과 전문의)은 조선대 치과대학 졸업후 1995년 공중보건의로 국립소록도병원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말기암 환자였던 어머니의 만류에도 “1년만 봉사하고 오겠다”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약속했던 1년이 지금까지 이어져 지난 20년간 1600여 명의 한센인을 치료했다.

 그는 특히 한센병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위해 직접 ‘아랫입술 재건 수술법’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오 부장은 “슈바이처 같은 의사를 꿈꾸며 치과대학에 진학했었다”며 “아랫입술이 처져 음식물을 씹지 못하는 환자들을 그냥 두고 나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씹지 못하고, 양치질도 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보며 입술 성형수술을 연구했다. 한센인들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라 참고할 교과서도 연구논문도 없었다. 홀로 공부해 국내 최초로 입술 성형수술 방법을 개발했고, 400여 명의 한센인에게 입술을 되찾아 줬다.

 오 부장은 2005년부터는 해외의 한센병 환자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매년 여름 휴가 때마다 캄보디아·몽골·필리핀 등 한센병 환자가 많은 국가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는 그는 “한센병 환자들에게서 내가 배우고, 받은 게 많다”고 말했다.

 JW중외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은 오 부장을 제2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성천상은 JW중외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기석 사장의 뜻을 기려 음지에서 헌신적인 의료 봉사활동을 펼치는 의료인에게 주는 상이다. 상금은 1억원이며, 시상식은 다음 달 2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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