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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철회기간 15→30일로 늘어난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에 사는 직장 초년생 박모씨는 지난해 7월 10일 회사를 방문한 생명보험사 설계사의 말만 믿고 연금보험에 가입했다. “매달 일정액을 내면 복리로 적립돼서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에 한 달 40만원씩 넣기로 했다. 뒤늦게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빼면 실제 쌓이는 돈이 얼마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침 보험증권과 약관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보험사에 청약을 철회하겠다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5일인 청약 철회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으로는 보험 청약을 하고 난 뒤 철회할 수 있는 기한이 15일이 아닌 최대 30일로 늘어난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개정 보험업법을 15일 시행한다.

보험은 복잡한 구조로 짜여있는 금융상품이다. 내용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계약한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에 청약 철회 제도가 생겼다. 머리를 식히고 다시 생각해보란 뜻에서 ‘쿨링 오프(Cooling off)’ 제도라고도 한다. 문제는 보험사가 보험증권과 약관을 늦게 보내는 사례가 늘면서 발생했다. 청약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만 철회가 가능한 탓에 피해를 입는 소비자가 많았다. 보험 약관을 확인하고 문제를 발견해 청약을 철회하려고 해도 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거부되기 일쑤였다.

금융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보험증권을 받고 15일 안에, 청약일로부터는 30일 이내에 철회를 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과 시행령을 고쳤다. 보험증권이 제대로 고객에게 갔는 지 확인하는 책임은 보험사가 지도록 했다. 보험사는 고객이 청약 철회 의사를 밝힌 날로부터 3일 안에 보험료를 돌려줘야 한다.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냈다면 신용카드 매출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줘야 한다. 또 금융위는 보험료를 늑장 반환하는 보험사에게 이자를 부담하도록 했다. 보험약관에 명시돼 있는 연 6~7%의 지연 이자율에 따라 보험료에 이자를 얹어 고객에게 반환해야 한다. 소비자가 청약 철회를 신청하는 방법도 간단해진다. 관련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거나 전화, 우편, e메일을 활용하면 된다.

한국소비자원 황진자 약관광고팀장은 “보험 불완전 판매에 따른 해지 가능 기간은 보험 청약일을 기준으로 3개월로 정해져 있다. 소비자 피해를 줄이려면 이번에 바뀐 보험 청약 철회 제도와 마찬가지로 불완전 판매 보험상품 해지 기준 시점 역시 보험증권 교부일로 통일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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