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의 둔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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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3·4분기의 GNP(국민총생산)성장률이 4.8%로 둔화된 것은 경제정책의 대강이 안정화를 지향하는데 따른 당연한 결과치라고할 수 있다.
고도성장에 익숙한 한국경제로서는 성장추세가 제자리를 찾는다는 뜻을 경기침체의 조짐이라고 해석하기 쉬우나, 그것은 지나친 기우인 것이다.
오히려 지난날의 고성장이 극심한 개발「인플레」를 동반하여 경제질서의 혼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고성장의 부정적 측면을 의식적으로 덮어둔 채 성과일변도의 찬양만 일삼아 옴으로써 소득분배의 편중, 가격구조의 왜곡등 오늘날 우리가 안고있는 경제적 난제를 배태시켜 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뜻에서 과열성장이 진정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체질이 정상화되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고 해석해야 옳으리라고 판단된다.
GNP성장률이 l·4분기의 13.2%에서 2·4분기는 9.5%, 3·4분기에는 4.8%로 점차 낮아지고 있는 주요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진축정책을 강행해온데 있다.
그간 한국경제의 특질을 보자면 산업생산활동에서 나오는 생산물의 공급보다는 해외용역수입이나 거액의 중화학공업투자등에서 비롯되는 초과수요가 훨씬 강력해서「인플레이션」을 격화시켜 왔던 것이다.
제반 경제정책의 총화는 물가로 나타나는 것이며 그런 뜻에서 한국경제가 「인플레이션」 속성을 지녀왔다는 것은 경제정책이 성공적이었다는 평점을 주기 어렵도륵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3·4분기의 GNP는 우리의 경제가 정상궤도로 진입하기 위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저하되고 있으며 그것은 한국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물가의 상승·임금조건의 변화등으로 수출여건이 불리해지는 대내요인이 큰 작용을 하고있는데다 「오일·쇼크」등으로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싯점에서 고려해야할 것은 수출을 위한 수출, 즉 출혈수출은 과감히 잘라버리고 채산성에 바탕을 둔 수출정책으로의 전환이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외형상의 수출증대로 성장률을 높인다는 것은 명목상의 경제규모확대일뿐, 실질적인 국민후생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경제안정은 당초부터 성장의 감속을 예정했던 것이니만큼 GNP동향보다는 안정기반의 구축, 소득의 균배에 더 역점을 두는 정책의 지속이 소망스럽다.
관계기관의 예측으로는 내년의 국내경제동향은 올해보다 조금도 나아질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이 종합되고 일관성 있게 집행되어야 한다.
국제수지의 악화가 우려된다고 해서 무조건 차관도입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외자도입의 기준을 강화하여 조건이 양호한 공공차관수입을 늘리고 상업차관도 엄격한 도입조건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정된 자금의, 경제적 배분원칙을세우고 선별지원을 철저히 해야한다. 이는 중화학공업에도 투자순위를 적용하여 뒤로 늦출 것은 지체없이 늦추는 정책적 결단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의 경제는 경제성·효율성을 앞세워야만 될 싯점에 와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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