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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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소송의 심판을 일반공중이 방청할 수 있는 제도를 공개주의라고 한다. 「프랑스」혁명이후 개혁된 형사소송법에서 비로소 확립된 주의다. 불어로는 「퍼블리시테」의 원리라고도 한다.
그후 각국의 근대적 형사절차에서 이 주의는 널리 채용되었다.
공개주의는 재판의 공정과 사법권에 대한 신뢰를 깊게 해주는 강점이 있다. 오늘의 자유민주주의 제국이 공개주의의 법제를 채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헌법도 일찍부터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한다고 명언하고 있다. 다만 국가의 안전보장·안녕질서 또한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을때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 대통령시해사건에 관한 첫공판은 바로 그 공개주의의 상황을 여실히 실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비록 군사재판이긴 하지만 재판부나 변호인단은 정정당당하게 서로의 입장을 밝힌 것 같다.
사소한 문제지만 어느 변호인은 한 피고인에게 「장군」이라는 존칭을 써서 논란을 빚었다. 재판부는 『「전관예우」로 호칭하지 말라』고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개인적, 공적으로 존경심을 가지고 호칭하는 것이 위법일 수는 없으며, 피고인은 유죄확정때까지는 인격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이 재판의 서장을 장식하는 변호인단의 입장 설명이다. 장황한 발언을 전부 인용할 계제는 아니지만, 우선「역사적 재판」이라는 명제와 함께 변호인단은 『이 재판의 결과는 앞으로 살아갈 정치적삶과 이 나라의 역사의 향방을 가름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규정 했다.
역시 재판에 임한 검찰관도 『이사건이 법의 심판이 아닌 역사와 국민의 심판이라는데 공감하며 역사적 소명의식은 검찰관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 어느편의 얼굴에서도 비장감을 읽을 수 있을것 같다. 어떤 피고인에게는 무려 21명의 변호인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 재판의「델리커시」를 느낄수 있는 또하나의 장면은 재판 그 자체 못지 않게 재판의 절차까지도 논란이 된 사실이다. 군사법정 성립자체의 합헌성문제와 이른바 민간인에 대한재판권을 누가 행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것은 판례도 없지는 않지만, 변호인단은 그 판례마저도 상황의 변화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 같다.
이것은 염연히 법리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일이다. 다만 그런 논란들은 이 재판이 얼마나의연한 심판을 필요로 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는것 같아 더욱 주목하게 된다. 국민의 관심, 세계의 이목은 이 재판이 과연 어떤 절차로 어떤 판례를 기록할지를 응시하고 있다. 그것은 분명 역사에 남을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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