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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자원과 화교와 군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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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두번째 찾아보는「인도네시아」는 10년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69년 봄「자카르타」를 둘러본 기자의 눈에는 하나뿐인「호텔·인도네시아」, 골조만 세워진채 버려져있는 대형건물들, 시골 창고를 연상케하는 국제공항, 도심개천에서 옷을 내리고 용변을 보는 젊은 여인상들이 비쳐졌었다.
당시만해도 평양쪽 입김이 남아있어 두차례나「인도네시아」땅을 밟은 김일성과 평양축구「팀」의 활약이 시민들의 화제에 올랐고 권좌에서 밀려난「수카르노」전대통령은「보고르」에서 연금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직 1인당 국민소득3백「달러」, 문맹율40%라는 굴레를 벗어나지는 못했으나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은「자카르타」시내의 모습도 바꿔놓았다. 외국의 은행과 재벌회사지점들이 들어선 고충「빌딩」들과 「힐튼」「세러턴」「맨더린」등 40여개의「딜럭스·호텔」「벤츠」「볼보」「도요따」를 가리지 않는 30여만대의 차량행렬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새로 세워진 국제공항에 내리고 또는 외국항공기가 15 회사라던가?
○…변모하는「인도네시아」의 실상을 찾아보기 위해 우선 손꼽을수 있는것은 「자원의 보고」가 개발되고 있다는점-.
석유를 보면 매장량이 한일간 대륙붕에 기대를 걸고있는 추정량50억「배럴」의 약3배인 1백50억 「배럴」이나 된다.
해안과 대륙에서 새로 발견된 유징개발에 힘입어 최근에는 연간생산량이 7억2천만「배럴」에 육박해 하루생산량 l백50만「배럴」(「이란」3백50만「배럴」)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주석은「말레이지아」「볼리비아」에 이은 세쨋번 생산국으로 세계점유율 11.88%. 「니켈」은 2.8%이며 원목생산은 수출비중 10%. 석탄도 최근들어 외국자본과 기술로 채굴하고 있다.
천연 「가스」는「필리핀」은 물론, 일본에 77년부터 시작해 20년간 매년7백50만t씩 수출하고 있는 상태.
자원중에서도 석유수출증가는 만성적인 무역적자까지 흑자로 바꿔놓았다.
원유및 석유제품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년의 경우 65.9%나 됐으며 수출 1백12억 「달러」가운데서 74억「달러」를 점유했으니 석유벌이가 어느 규모인가를 알 수 있다.
○…50년대만 하더라도 굶어죽는 아사자들이 수백명씩이나 됐고 자동차들이 부품이 없어 길가에서 그대로 서버리는 일이 흔했다는「인도네시아」-.
1억4천만명을 먹여야 하고 이 엄청난 인구가운데서 절반가까운 남녀가 노동예비부대라니 「현대화」의 길을 밟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닐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만하다.
최근 수년간 많이 진정됐다고는 하나 월평균수입의 60∼70%를 식비에 쏟아넣어야 했을 정도로「인플레」가 계속돼 왔던 것은 사실이다. 올해도 물가상승율은 11%선.
이런 악조건 가운데서도「수하르트」정권이래 69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5개년 계획은 올해부터 3차5개년계획이 착수돼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투자부진이다.
투자자금의 70%를 외자로 충당해 왔기 때문에 외국투자가 막힐 경우 목표달성이 어려울 수 밖에없고 석유부문등을 제외하고 지금까지는 계획의 60∼70%정도 달성율을 나타냈다는것.
외자도입에는 잇솔·「볼펜」까지 끼어있어 이채.
또하나 경제불황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 날씨·농정과 품종개량 실패등이 겹쳐 있는 농업부진이다.
쌀생산 부진을 어떤이는 「출구없는 터널」로 비유했지만 78년에는 세계 쌀 유통량의 28%인 2백30만t(6억「달러」)을 수입해야만 했다. 이때문에 「수하르토」대통령조차『쌀만먹지말라』고 호소하고 있고 쌀문제가 선거「이슈」로 등장, 한쪽에선 「논라이스·메뉴」(무미식단)「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흔히 「인도네시아」에는 재벌이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하고 있다. 물론 다른 동남아국가에서 처럼 화교들이 유통경제의 구심역할을 하곤 있으나 거액을 만지는것은 석유·주석등 광물자원을 다루는 국영회사들이라고 한다.
또 화상들을 업고 있거나 각종 이권에 개입할수 있는 일부 정부·군실력자들이 부의 상위「그룹」.
국영 석유공사를 예로들면 79년 국가예산의 42%인 4B억「달러」를 이 회사가 판 석유와액화천연「가스」수인으로 충당했다.
이 공사는 최근까지 호화「호텔」을 갖춘 해수욕장(「자바」섬)·「골프장(「발리」섬)·「보잉」707등 1백15대의 비행기를 소유한 대항공회사, 용선「탱커」수가 80척에 이른 해운회사, 비료회사, 심지어 연산2백만t 규모의 제철소건설등 무소부위의 「제국」을 지향해 온것 같다.
그러나 이 석유공사가 방만경영을 하다 적자를 내고, 부채총액이 한때(75년) 1백5억「달러」(이해 국가예산이 85억「달러」)나 돼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방문한 일이 있는「스트」총재(예비역육군중장) 가 목이 달아나「가내연금」되는 일도 일어난다니 옆사람으로도 잘 납득이 안가는 일들이다.
3차5개년계획에 투입시킬 돈이2백50억「달러」-.
한국에 대해서도 돈이 없어 직접투자가 어려우면 제3국과 합작투자를 해오라고 권유하고있다. 그러나 필요재원의 충당은 석유등 자원수익에 달려있는 실정.
경제개발·기술분야에선 해외에서 돌아온 두뇌들이 이중, 삼중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고 대학에선 강의의 절반을 영어로까지 하는 실정이지만 「인도네시아」를 둘러싸고 있는 빈부의 격차, 경제의 이중구조는 쉽게 무너질 것같지 않다.<심창기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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