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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 달면 2억 번다며 … 국회의원이 공천헌금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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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올해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한 현역 국회의원이 시의원 후보들에게 ‘배지를 달면 2억원을 버는데 베팅해볼 만하지 않나’라며 공천헌금을 요구했다고 들었다. 공천받기 위해 헌금을 낸 시의원들은 임기 내내 청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곽재웅(55) 전 서울시의원은 지난 11일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광역의원들이 당선 후 공무원·업자의 갑(甲)이 돼 비리의 연결고리가 되는 현실을 고발했다. 익명을 원한 전·현직 광역의원 3명도 지방의회의 비리 구조를 지적했다.

 현직 서울시의원 A씨는 “공천헌금으로 낸 돈을 다시 걷어들이기 위해 비리에 손을 대게 되고, 한번 비리에 개입하면 업자들의 집중 로비 대상이 된다”며 “결국 의원-공무원-업자가 공생관계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 속해 있었던 전직 시의원 B씨는 비리에 몸담은 지방의원들이 자신의 권한을 각종 이권과 연결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의원은 조례 제·개정권 등을 통해 지방행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토지 용도변경을 한다든가, 특정 업종의 영업을 제한하는 조례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지방의원의 92%가 자기가 속한 상임위와 연관된 지방자치단체의 심의·의결 기구에 속해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관련된 입법과 행정에 모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한 현직 시의원은 “감시·견제를 해야 할 의원이 직접 심의·의결에 참여하면 이를 견제할 기관이 사라지고 지자체는 비리에 오염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인식·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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