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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엔 철도, 쿠바엔 현찰 … 중남미 공들이는 중·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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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2일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가운데)의 소개로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로이터=뉴스1]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중국·러시아가 앞다퉈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앞마당’이라 불려온 지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16일(현지시간) 브라질 포르탈레자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6차 정상회의를 전후해 중남미를 순방하며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시 주석은 브릭스 회의 참석 후 브라질·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쿠바를 국빈 방문한다. 이 기간 중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이때 중국의 요청에 따라 중국-CELAC 정상회의도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은 ‘중국-라틴아메리카 포럼’ 창설을 제안할 것이라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전했다. 포럼이 탄생하면 ‘브릭스 개발은행’ 등을 통한 중국의 중남미 투자를 활성화할 장이 상설화되는 셈이다.

시진핑

 중국은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인 아프리카와 아랍 국가들과는 이미 협력 포럼을 가동하고 있다. 남은 퍼즐이 라틴아메리카다. 중국 정부는 철광석 등 원자재에 집중된 중남미 투자를 기간시설 건설 등 다른 분야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시진핑은 지난해 5~6월 중국 최고지도자론 처음으로 중남미를 방문하는 등 이 지역 영향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지역 대국인 브라질과의 관계는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이번 방문에서 나노 기술부터 철도 사업에 이르기까지 50여 분야에서 협력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2016년 출범 예정인 브릭스 개발은행의 총재를 브라질인이 맡고 본부를 중국 상하이에 두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중국은 200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이 됐다.

 미국과 대립 중인 푸틴은 첫 방문지로 쿠바를 찾았다. 11일 쿠바 실권자인 피델과 라울 카스트로 형제를 차례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중남미 국가와의 협력은 러시아의 핵심적이고 전도유망한 외교 노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우주 공간 비무장화와 국제 정보보호 분야 정부 간 협력을 약속했다. 미국에 대한 견제다. 또 쿠바 근해 유전을 공동 개발하고 200㎿급 발전소를 함께 짓기로 했다. 푸틴은 쿠바 방문에 앞서 쿠바가 옛 소련 시절 진 빚 352억 달러의 90%를 탕감해 줬다.

 이후 계획을 변경해 러시아 국가원수론 최초로 니카라과를 깜짝 방문해 농업기술과 이곳 주식인 팥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12일 아르헨티나를 방문해선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주기로 합의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후 채무 변제를 요구하는 미국과 사이가 틀어졌다. 최근 또다시 디폴트 위기를 맞자 러시아와 밀착 중이다. 양국 교역량은 지난해 두 자릿수 비율로 증가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푸틴 앞에서 “미국 등 서방이 크림반도 사태에 위선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13일 브라질에선 브라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를 선언할 전망이다. 푸틴은 이타르타스통신과의 회견에서 “강력하고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브라질이 다극화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주도의 일방주의적 국제 질서와 강제적 민주주의 수출을 비판했다.

 라틴아메리카는 제임스 먼로 미 대통령이 ‘먼로 독트린’(1823년)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의 종주권을 선언한 이후 미국의 핵심이익 지역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이곳에 좌파 정권이 속속 들어서며 미국의 통제력은 약화돼 갔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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