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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CBO, 금융계 새 애물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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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01년 8백여개 벤처기업이 발행한 1조8천억원어치의 '벤처 프라이머리 CBO(채권담보부증권)'가 금융시장의 애물단지가 됐다.

CBO에 포함된 전환사채(CB)를 발행한 기업들이 줄줄이 증시에서 퇴출되거나, 도산하면서 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보증을 섰던 기술신용보증기금(기보)의 부실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CB의 주식전환이 늘어나 가뜩이나 활로를 못찾는 코스닥시장에 물량 압박을 가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CBO 부실화 우려=정부는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출연기관인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통해 2001년 5월부터 12월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8백8개 벤처기업이 발행한 프라이머리CBO에 보증을 서도록 했다. 당시 발행 규모는 모두 1조8천여억원에 이른다.

CBO는 만기가 3년이지만 발행 후 1년 후부터는 자금회수를 위해 CB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기보가 전환권 행사를 통해 지난달 말까지 회수한 자금은 1백26억원(7개 업체)에 불과하다. CB를 직접 팔아 회수한 90억원을 추가하더라도 회수자금은 발행금액의 1.2%에 불과하다.

기보 관계자는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전환권 행사나 CB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지만 나머지 기업은 만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스닥 퇴출 또는 부도를 내는 벤처기업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보증을 섰던 기보가 부실자산을 떠 안을 수밖에 없다.

기보 측은 현재 부실자산 규모가 발행금액의 8% 수준인 1천5백여억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금융계 전문가들은 30%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보는 채권의 조기회수를 위해 이달 말부터 인터넷을 통해 경매방식으로 CB를 매각할 예정이지만 벤처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실제 매각규모는 미지수다.

◆코스닥 침체에도 한 몫=기보 관계자는 "현재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손해를 보기 때문에 기보가 전환권을 행사해 코스닥 시장에 유통물량이 늘어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우증권 관계자는 "워낙 코스닥시장이 침체해 있기 때문에 전환권 행사가 비록 소수 기업에 제한된다 할지라도 해당 종목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코스닥기업이 개별적으로 발행한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전환가격이 시장침체로 하향 조정되고 이에 따라 유통물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물량 압박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CB와 BW의 전환가액 하향 조정을 통해 코스닥 37개 기업의 주식이 70여회에 걸쳐 당초보다 12%가 늘어났다.

◆프라이머리 CBO란=여러기업이 CB 등 회사채를 담보로 해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벤처 프라이머리 CBO의 경우 각 회사가 발행한 CB를 기보가 출자한 자산유동화 전문회사(SPC)에 담보로 넘긴다. SPC는 이를 바탕으로 CBO를 만들어 투자자에 팔고 그 대금을 CB 발행기업에 나눠준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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