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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관에 큰 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5일 하오4시쯤 서울 와용동2(창경원 옆) 국립과학관(관장 김형기·50) 3층 우주과학전시실에서 불이나 총 건평3천3백33평(지상 5층·지하 1층「콘크리트」)중 3층 내부 5백60평과 4층 일부 등 5백80여 평을 태우고 1시간50분만에 꺼졌다. 이 불로 3층에 전시된 인체모형·해양식물표본·광물표본·조류표본 등 귀중한 전시품들이 모두 탔으며 4층에서 열리고있던「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출품작과 1, 2층 전시실의 각종 모형등이 진화작업 때 쏟아져 내린 물에 젖어 대부분 못쓰게 됐다. 불이 날 당시 과학관 안에는 관람객 70여 명과 직원 등 1백40여 명이 있었으나 재빨리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발화
불을 처음 목격한 3층 전시실 안내원 조금문 양(22)은 전시실 내부를 순회중 3층 동쪽 출입구 근처에 이르렀을 때 입구에서 안쪽으로 10m쯤 떨어진 방사능물질전시실과 배모형전시실 사이의 간막이 「베니어」판 밑부분에서 불길이 무릎높이까지 치솟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불이 난 지점은 배모형 전시실과 방사능물질 전시대 사이 삼각형의 좁은 공간으로 높이 70㎝·폭 50㎝가량의 작은 문짝을 달아 청소용구 등 비품을 보완하는 곳이다.
불은 합판으로 줄지어 구획된 전시대와 천장으로 삽시간에 번져 30여 분만에 3층 전체로 번졌으며 계속해 4층 동쪽 계단 일부까지 옮겨 었다.
대피
불이 날 당시 3층 전시실에서 관람 중이던 10여 명의 관람객들은 불을 보고 재빨리 동쪽계단과 서쪽 비상계단을 통해 빠져나갔으며 1층 항공·전기·전자전시실, 2층 원자력·기계전시실, 4층 생활과학 전시실·특별전시실, 5층 사무실에 있던 70여명의 직원과 관람객 60여명도 비상「벨」소리와 『불이야』하는 고함소리를 듣고 건물을 빠져나가 무사했다.
그 중 연구실직원 이덕길씨(35)는 질식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피해
불이 난 3층에는 서쪽에 나비와 곤충·조류등 표본이, 동쪽에 우주「코너」, 중앙에 광석·화석, 북쪽에 해양·생물, 남쪽에 인체 등 전시실이 있으며 그 대부분이 탔으나 서쪽 나비「코너」에 진열된 약 2백 종 3천여 점의 나비표본 중 1백여 점이 못쓰게됐다. 또 4층 특별전시실에서 열리고있던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출품작 1백10점 가운데 10여 점도 창문과 계단을 통해 올라간 불길로 피해를 보았다. 경찰은 피해액을 2천2백5만원으로 추산하고있다.
확인
경찰은 3층 안내원 조양과 1층 매표소직원 김순남씨(51·여)등의 진술에 따라 방사능물질(우라늄) 모형전시대 밑에 붙어있는 「모터」의 과열이나 누전 등으로 인한 발화로 일단 추정하고 안내원 조양·3층 전기책임자 김수웅(38·공작과계장)·변전실책임자 강세호(31·공작과계장)·3층 화재관리자 김구섭(31·보급과관리실) 씨 등 4명을 연행, 조사중이다.
문제점
전시실로 쓰고있는 1, 2, 3, 4층에는 모두 2백81개의 전시대가 목재와 합판·PVC재료 등으로 만들어져 있고 그 내부로는 각종 조명·전기설비의 배전선이 거미줄같이 얽혀있어 한 소방관은 『「콘크리트」건물 안에 목조건물이 한 채 들어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화재위험이 높은데도 소방설비는 전시실 안에 비치된 분말소화기 10대와 계단입구에 설치된 소화전뿐이었으며 바로 이날 하오3시 민방공훈련을 했는데도 안내원 조양은 소화기사용법을 모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국립과학관
일제 때인 l926년5월10일 「은사기념과학관」(서울 예장동8·전 남산KBS자리)으로 개관한 후 45년 해방되면서 「국립과학관」으로 개칭했으나 50년9월 6·25동란으로 완전히 소실되어 60년8월12일 현 위치에 건물을 새로 짓고 이전했다.
과학관은 7억9천만원의 보험금을 받는 대로 전관을 수리, 개관할 예정이며 불이 난 3층은 소실된 자료를 준비한 뒤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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