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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통신 서두르지않는 경제(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공인은 유능한 관리자>
대만은 「잘 관리된 사회」처럼 느껴졌다. 관리가 잘된 사회는 흔히 효율이 높은 사회로 받아들여진다. 행정관리가 잘되어있다면 그것은 행정의 효율을 의미할것이고 경제의 관리가 잘되어있다면 그것은 경제안정을 의미할수있다. 대만에서 만난 수많은 관리나 공적기관의 인사들은 한결같이 「유능한 관리자」로서의 능력이 있어보였다.
그들은 모든 경우에서 신중하고 사려깊게 움직이는듯 보였다. 『우리는 모든 타인의 경험을 스승으로 여기지요.』토지개혁훈련소 사지영 총무조장은 대만의 성공적인 토지개혁이 신중한 사전조사와 면밀한 타국의 실패분석을 밑거름으로 삼았음을 고백했다. 이런 신중함은 고웅의 일관제철소와 대형조선소건설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된듯했다.
조강1백5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만해도 그들은 선·후진국의 건설경험을 세밀하게 분석한듯 거의완벽에 가까운 일관체계를 갖추고있었다. 『우리는 절대 무리하지않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얼마나 크냐보다 얼마나 효율적이냐에 있지요.』 완전「컴퓨터」화된 이 제철소의 생산담당 부사장 진수훈씨의 설명이다. 그는 「솔즈버리」가 중국무한에서 만났던 제철소지배인을 연상케했다.

<「겸손과 긍지」가 특질>
제철소건설에서 스스로 훌륭한 소련의 학생이었음을 숨기지 않았던 그 지배인의 「겸손과 긍지」가 대만도처에서도 느껴졌다. 어쩌면 중국인특유의 기질일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결코 서두르지않고 과장하지도 않은것 같았다. 『보다시피 불경기지요. 그러나 조선경기는 3년안에 되살아납니다』중국조선소의 1백만t급「드라이·도크」에는 한가롭게 소형 해군함정2척이 수리중일뿐 신규건조가 없어 매우 한산했다. 그래도 총지배인 왕씨는 태평스럽다.
『불경기에 적응하는 능력이 문제지요.』「컨데이너」선을 「시멘트」운반선으로 개조한다든지 여객선을 화물선으로 바꾸는등 일감을 찾으면 얼마든지 있다는게 그의 장담.
울산의 조선소보다 규모는 약간 작았으나 작업체계는 잘 정돈되었고 부두계획과 공장배치가 매우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일감이 적은 탓인지 공원도들은 보였으나 그들은 방문객을 위해 특별히 청소한다거나 없는 일거리를 일부러 만들지는 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는 그들의 자세였다.

<서두름과 과장 없어>
단 한가지 예외는 있었다. 세계50여개국에서 1백여명의 언론인을 초청한 그들은 변화가 주변의 잡상인과 걸인들을 외국인의 시야에서 쫓아버린것같았다. 대북에서 묵었던 「호텔」에서 5백여m 거리의 재래시장 주변에는 삶은 오리알·자라새끼등속을 파는 「리어카」행상들이 경찰의 삼엄한 단속에 쫓기는 모습이 몇차례 목격되었다. 단속하는 경찰은 매우 위압적이었고 쫓기는 상인들온 체념한듯한 모습이었다. 이것은 「잘 관리한 대만사회」의 다른 한측면이기도했다.
행정이나 경제의 관리와는 달리 사회의 관리에는 효율성과함께 질서의 중압 동시에 감지되었다.
모든 일상적인 일에 수장한 몸짓으로 임하는 시민들이지만 쌍십절경측 「퍼레이드」나 밤늦게까지 이어진 각종 공연과 행사는 너무도 질서정연했다. 특히 거의 모든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각연령층의 어린이들은 잘 훈련된듯 대오가 정연하고 활기에 차있었다. 외국인들은 어린이들의 묘기에 아낌없는 경탄과 찬사를 보냈으나 「파리」에서 온 한 노년의 기자는 연민의 눈빛을 함께 보냈다.
대만의 질서감각은 이처럼 어린시절부터 다듬어지는것같았다. 질서의 상징으로 보이는 각양의「유니폼」도 유달리 많아보였다. 고속도로「톨게이트」나 외국인이 많이 묵고있는「그랜드·호텔」입구에도 정복군인이 보초를 서고있었다.
미국의 단교라는 큰 충격파도 국경일 경축의 분위기와함께 거의 흡수된듯 대북의 시민들은 모두 제할일에 바쁜듯이 보였다. 『정치요? 우린 관심없어요. 기름값이나 더 안올랐으면 좋겠어요』50대의 「택시」운전사는 2차석유파동으로 휘발유값이 25%오른데 더 신경을 쓰는듯.

<자동차·가전제품 홍수>
한달수입이 평균1만6천원이라니 과장급 공무원 봉급보다 더많은 수입이다.
워낙 싼 일반물가에 비하면 중상의 소득인셈.
『교통순경이 너그러워 차몰기는 좋아요. 헌데 요즘에는 차가 너무 많아졌어요』대외 홍보책자에 자랑했듯이 이른바「마이·카」시대가 온듯 각종차량이 붐비고있다.
일「닛산」기술제휴의 국산차 유강「세단」이 서울의 「포니」만큼 흔하고 GM·비아특(이「피아트」)차도 심심찮게 달린다. 삼점에는 비리포(화란「필립스」)전축, 신력패(일「소니」)·국제패(「내셔널」)합작 「컬러」TV·가전제품이 가득했다. 전자공업의 전략화가 실감날 정도였다.
내구소비재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맞게된 제2의 석유파동은 그러나 약간의 문제를 던지고 있었다.【김영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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