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은 동아시아 국가 외교안보의 최전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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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에 재선된 백진현 교수. 임기는 9년이며 재판관은 총 21명이 있다.

“동아시아 국가 외교안보 최전선은 ‘해양’입니다. 그런데 해상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해양 분쟁이 분출하고 있습니다. 누가 더 국익을 잘 대변하는 ‘법논리’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 문제의 키(key)를 쥐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 연임에 성공한 백진현(56)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다. 그는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선거에서 9년 임기 재판관에 재선됐다. 지난주 그리스 로도스 섬에서 열린 해양법 서머스쿨(Rhodes Academy) 강의를 마치고 귀국한 그를 8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 왜 ‘법’이 중요한가.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이 채택됐다. 바다에서 법적인 분쟁이 일어날 경우 관련법을 적용할 제도적인 장치는 마련된 셈이다. ITLOS는 유엔해양법에 따라 재판소에 회부된 국가간 해양분쟁을 판결하고 개별 국가 등에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을 내놓는다.”

 - ITLOS에 회부되는 분쟁들은 어떤 것인가.

 “해양경계부터 어업권·해양환경보호·배타적경제수역(EEZ) 분쟁 등이 다 포함된다. 최근 심해 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까지 나오면서 분쟁 요인이 더 많아지고 있다.”

 백 교수는 특히 ITLOS가 국익에 직결되는 국제상설재판소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고 해양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북한과 서해5도 문제도 있다. 국내 기업이 심해저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외교안보·경제적인 면에서 해상 수호가 중요해졌다.”

 - 해양법 판례 중 눈여겨볼 사례는.

 “2년 전 우리 재판소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간 해양경계 획정 판결을 내렸다. 74년부터 석유가스가 매장된 벵골만을 두고 분쟁이 이어져 왔다. 재판소가 양국간 ‘조정된(adjusted) 등거리선’을 기준으로 EEZ를 획정했고 양국이 받아들였다.”

 당시 이 판결이 나오자 ‘이어도 관할권’을 두고 논란을 빚는 한·중 해양경계선 획정에서 한국 측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 정부 역시 등거리선(중간선)을 기준으로 EEZ를 획정하자는 입장이다.

 ITLOS에 있는 21명의 재판관은 각국에서 문서를 받아보고 구두변론 단계가 되면 재판소가 있는 독일 함부르크에 모인다. 재판관은 국제법 지식이 있는 법조인·학자나 국제무대 경험이 있는 외교관이다.

백 교수는 국제대학원 수업을 병행하며 1년 중 절반 가까이를 ITLOS가 있는 함부르크에서 보낸다. 2009년 고(故) 박춘호 재판관의 후임자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최연소(당시 51세)로 재판관이 됐다. 그는 “5년 새 여러 국제상설재판소에 중국인 법률관(legal officer)이 많이 진출해있다”며 “한국도 해양법, 국제법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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