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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통장, 재테크를 부탁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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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재형저축 같은 세제혜택 상품에 따로 가입하지 않아도 일정 금액까지 세제혜택을 주는 종합계좌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금융회사와 무관한 독립적 금융상품자문사에서 객관적인 재테크 상담도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규제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금융 분야에서 규제 개혁 대상으로 지적된 1769건 가운데 711건에 대한 개선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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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안에 따르면 금융소비자가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사 상품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세제 혜택도 묶어 받을 수 있는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이하 종합계좌) 도입이 추진된다. 지금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들이 재형저축·소득공제장기펀드·연금저축 등으로 나뉘어 있다. 판매사와 가입조건, 세제 혜택이 제각각이라 개인이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어렵고 중도에 해지하거나 갈아탈 경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소득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가입할 수 없는 상품도 있다.

 그러나 종합계좌 제도가 도입되면 고객이 계좌 하나에 주식·채권·펀드·보험·예적금 상품을 모두 집어넣고 수시로 상품을 교체할 수 있게 된다. 특정 상품이 아니라 계좌 총자산을 기준으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쪽으로 당국이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1인당 종합계좌 3000만원까지는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주식·채권·펀드·보험상품을 편입할 수 있는 증권형 계좌에서 2000만원, 예적금과 MMF를 편입할 수 있는 예금형 계좌에서 1000만원까지다. 일본도 어떤 상품에 가입하든 10년간 연간 100만 엔까지는 배당 및 양도 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세제 혜택 기준이나 액수 등은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과 무관한 독립적인 금융상품자문사의 설립도 허용된다. 고객 입장에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재테크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지금도 은행이나 증권사·보험사에서 재테크 상담을 하지만 아무래도 계열사나 판매수수료가 많은 상품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복합금융점포 이용도 한결 편리해진다. 지금은 한 금융지주 산하의 은행·증권·보험사가 함께 입주해 있는 복합점포를 방문해도 동시에 상담을 받을 수 없다. 은행 소속 직원과 예·적금을 상담하고 난 뒤 증권사 직원과 펀드 가입을 얘기해야 하는 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공동상담실에서 은행·증권·보험사 직원을 모아놓고 한꺼번에 상담할 수 있게 된다.

 금리인하 요구권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금리인하 요구권을 6개월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게 제한하는 일부 은행 내규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5000포인트 미만의 신용카드 포인트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월 가처분소득 50만원 이상’ 등 획일적인 카드 발급 기준도 유연하게 조정돼 전업주부, 외국인, 창업 1년 미만의 자영업자 등도 지금보다 쉽게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분실보험,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컴퓨터 파손보험 등 관련 보험에 편리하게 가입할 수도 있다. 고령자 대상 암보험이나 실손보험 상품도 늘어나게 될 전망이며, 날씨와 연계한 보험 등도 새롭게 출시된다.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 관련 제도도 소비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개편된다. 지금은 처음 가입할 때 집값의 2%를 한꺼번에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이 돈을 오랫동안 나눠낼 수 있게 된다. 담보로 맡긴 주택이 재개발·재건축될 경우에도 지금은 주택연금이 해지되지만 앞으로는 그대로 유지된다. 고등학생도 기술과 아이디어만 좋으면 쉽게 창업할 수 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은 만 20세 이상 젊은이들에게 좋은 조건으로 제공하고 있는 특례보증 기준을 만 17세로 낮췄다. 정책금융기관들은 행정정보 공동망 등을 통해 스스로 구할 수 있는 서류는 이용자들이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정책금융공사에 보금자리론 대출을 신청할 경우 재직증명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올 하반기 중 관련 규정 변경 작업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연내에 개선방안들이 실제 시행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 규제개혁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매년 9월을 ‘금융규제 정비의 달’로 정해 상시적으로 점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복합금융점포=한 공간에 동일 금융그룹 산하의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지점이 모여 있는 점포. 지금까지는 ‘칸막이 규제’ 때문에 벽이나 칸막이로 서로 분리해야 했고 고객에 대한 통합 상담도 불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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