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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속의 중금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GNP(국민총생산)예찬에 식상한 어느 과학자는 차라리 그것을 「국민총오염」의 약자로 하자고 제의했다. 「그로스·내셔널·펄루션」. 한낱 익살같지만 오늘의 환경을 돌아보면 웃어넘길 풍자만은 아니다.
일산화탄소·「알데히드」류·「메틸」수은·아황산「가스」·「카드뮴」·불소·비소·질소……. 마치 화공축품상의 진열장을 들여다 보는듯한 이들 화학물질들은 요즘 신문에 흔히 등장하는 공해의 주범들이다. 얼핏 그런 화공뭍질들의 수를 헤아려보면 무려 50종도 넘는다.
이가운데 「카드뮴」은 이른바 「이따이이따이」병으로 악명높은 중금속물질이다. 일본의 한 시골에 사는 임산부들이 흐느적 흐느적 팔다리를 가눌수 없게 되어 하나 둘씩 몸져 누웠다. 일본 후생성은 그런 병증이 있은지 무려 23년만에 그것을 공해병으로 인정했다. 이 환자 발생지에서 40km나 띨어진 곳에 있는 어느 광산의 폐수가 문제였다. 그속에 포함된 「카드뮴」에 중독된 것이다.
이 공해병은 과학자 2명의 집요한 추적과 연구끝에 기어이 구명되었다. 이들의 노력이 없었던들, 문제의 임산부들은 영양실 조환자로 기록되고 말았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예방의학교수들이 서울시내 각 산부인과병원에서 모은 신생아의 탯줄에서 바로 「카드뮴」올 검출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 밖에도 연·아연·동·철 등 중금속류도 함께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는 더욱 면밀히 분석·검토될 일이지만, 문제는 그런 공해물질이 태아로 이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DDT와 같은 공해물질이 모유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는 있었다.
그러나 이번 태아의 경우는 공해물질이 탯줄을 통해 전이된다는 점에서 원죄에 가깝다.
인류는 이제 출생 이전에 공해의 세례를 받아야하는 것 같아 한결 두렵고 근심스럽다.
언젠가 남극의 「펭귄」새, 북극의 빙하에서도 중금속물질이 발견되었다는 「리포트」도 있었다.
이제 「순결한 자연」은 이 지구의 어디에도 없다는 하나의 비극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친야를 먼 지평에서 바로 우리의 발밑으로 돌려보면 상황은 더욱 어두운 것같다. 방만한 산업개발은 그 어느나라 현실에도 못지않게 우리의 생존올 소리도 없이 위협하고 있는 것같다. 이것은 산모의 보호와 같은 고전적인 발상으로는 어떻게도 그 폐해를 헤어날 수 없다. 공해의 문제는 국민적인 과제일 뿐 아니라 국가적인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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