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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충돌 … 미 "넘을 문턱 있어" 중 "한국 등 참여 독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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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9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개막한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개막 연설을 위해 연단을 향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올려보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뉴스1]

미국과 중국이 60개 현안을 놓고 맞붙었다. 9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6차 전략경제대화(S&ED) 및 인문교류 고위급 회담에서다.

이 대화는 매년 양국 안보·경제 분야 고위급 당국자들이 모여 지역·글로벌 이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행사에는 중국의 왕양(汪洋) 부총리와 양제츠(楊潔?)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王毅) 외교부장,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 마이클 프로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참석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중·미가 서로 대항하면 양국과 세계에 재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날 대화에서는 ▶거시경제 구조개혁 ▶무역투자협력 심화 ▶금융협력 심화 등 양국 경제 현안은 물론 ▶북핵 문제 ▶미·중 신형대국관계 ▶위안화 환율 ▶사이버 해킹 ▶인권 ▶동·남중국해 영토 분쟁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등 60개 현안을 놓고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특히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놓고 양측 입장이 대립했다. 앞서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지역 인프라 투자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IIB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분명히 넘어야 할 문턱이 있다(that’s the bar it should pass)”고 비판했다. 그러나 중국은 아시아 공동 번영을 위한 인프라 투자 목적이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 국제사회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북핵 문제는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바라는 중국과 비핵화를 위한 선행조치를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이 팽팽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형대국관계 구축과 관련해 중국은 미국에 일본의 우경화 지지 철회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및 남중국해 영토분쟁 개입 중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중지 등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위안화 환율 문제에서도 서로 양보가 없었다. 미국 측은 위안화 추가 절상을 요구한 반면 중국은 올해 이미 2.4%가 절상된 만큼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천즈우(陳志武) 미국 예일대 교수는 “미국이 이번에 위안화 저평가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보여 서로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도 인권과 사이버 해킹, 환경 문제 등이 논의됐으나 양측 입장이 맞서 합의를 도출하기엔 어려움이 예상된다.

 ◆윤병세 장관 “동북아 군사 충돌 우려”=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9일 아산정책연구원과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공동 주최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유럽의 신뢰 안보 구축 경험’ 국제 세미나 기조 연설에서 “동북아는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지역이자 북핵 문제를 안고 있다. 중동과 더불어 군사적 충돌 개연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상하는 중국, 전후 체제 타파를 추구하는 일본, 핵과 경제 발전 병진 노선을 고집하는 북한이 혼재하는 양상에서 미국이 아시아로의 회귀를 추구하는 등 아시아 질서에 대변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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