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시진핑 방한 최대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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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국 정부가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방한의 가장 큰 성과로 자체 평가했다고 중국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이번 한·중 공동성명을 통해 합의된 수많은 사안 중 중국이 어디에 가장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9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시 주석 방한 후 이뤄진 내부 평가에서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면서 특히 서울에 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열게 된 것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고 ▶중국 교통은행 서울지점을 위안화 청산 결제은행으로 지정하며 ▶ 한국에 총 800억 위안(약 13조원)을 중국에 투자할 수 있는 위안화 적격 해외 기관투자자 자격을 부여키로 했다. 이로써 서울은 중화권인 홍콩·타이베이 외에 싱가포르·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와 함께 위안화 역외 허브도시가 됐다.

 중국은 4조 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고 덕분에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에도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출에서 내수로 중국 경제의 무게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며 앞으론 외환보유고로 중국 경제를 보호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시장 개방을 꺼리는 중국의 중장기 전략이 해외 위안화 허브를 구축해 대외 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을 허브로 끌어들이면서 중국은 미국·일본을 제외한 세계 주요 금융 중심지에 위안화 허브를 구축하게 됐다. 한국으로서도 기업의 위안화 환전 수수료를 절감하고 중국 자본시장에 접근할 길을 열어 이득이 되지만 중국이 더 득을 본 거래란 시각이 우세하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양국에 윈-윈인 합의지만 중국은 합의 자체로 당장 효과를 보는 반면 한국은 기회만 주어진 셈”이라며 “중국 자본시장에서 이익을 내려면 홍콩 등 다른 역외 허브와 경쟁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고 분석했다.

위안화 거래 활성화가 달러화의 한국 시장 영향력 감소로 이어지게 돼 미국의 견제 가능성도 있다. 당장 한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 미 정부가 경고하고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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