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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책 1만 권 '문화 놀이터'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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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곰곰이 서점을 운영하는 이인도 대표와 부인 이봉열씨가 서점에서 포즈를 취했다. 채원상 기자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동네 서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8년 11월 천안시 신부동에서 10년 동안 영업해 온 씨티문고가 문을 닫았고, 2009년 3월 천안 최대 서점이었던 대흥문고 천안점이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는 동네 서점이 늘어나고 있지만 10년간 제자리를 지켜온 서점이 있다. 천안시 백석동 종합상가 5층에 위치한 어린이 서점 ‘곰곰이’다.

이은희 인턴기자

“서점이라기보다는 문화공간이죠. 책 중심의 문화활동이 이뤄지는 곳이에요.”

 곰곰이를 운영하는 이인도(51) 대표의 말이다. 그는 10여 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의 고향인 천안에서 어린이 서점 곰곰이를 열었다.

 대학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한 부인 이봉열(51)씨는 평소 어린이 책에 관심이 많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획일화된 그림책에 실증을 느껴 다양한 어린이 책을 찾다가 어린이 서점을 알게 됐다. 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할 무렵 직접 어린이 서점을 운영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서점을 열기 위해 독서지도사 자격증, NIE 지도사 과정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런 부인의 꿈에 날개를 달아준 건 남편이었다. 이 대표는 어린이가 문화공간을 드나들며 좋은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곰곰이 서점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책 읽으며 상상력 키워

곰곰이엔 일반 서점에선 보기 드문 책상과 의자가 있다. 어린이가 마음껏 책을 읽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점엔 1만여 권의 그림책과 동화책이 구비돼 있다.

 그중 절반 이상이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와서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에서 유일한 어린이 서점인 곰곰이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독서 체험·학습 활동을 진행한다. 부부는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면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의 생각과 자존감을 키워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끼를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는 활동을 해요. 다양한 방법으로 책과 만나게 해주는 거죠.”

2004년 10월 곰곰이가 문을 연 후 주위 반응은 뜨거웠다. 프로그램이 열리는 날이면 매번 60~70명이 모였다. 교실 하나가 꽉 찰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서점을 찾는 어린이가 줄었다.

 주5일 수업제를 시행하면서 주말에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평일엔 많은 아이가 학원에서 늦게 돌아와 서점에 올 시간이 없다. 스마트폰·컴퓨터 사용으로 인해 책을 안 읽는 아이도 많아졌다. 상당수 부모는 서점에 와서 학습서만 찾는다.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을 선호하다 보니 아이들의 독서 성향이 달라졌다.

 부부는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어린이는 학습서보다 동화를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게 이들 부부의 생각이다. 책 속의 상황을 상상하며 인물을 이해하는 능력은 동화를 읽으면서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책과 어린이 친해지도록 돕고 싶어

요즘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지식은 많아도 그것을 자신의 삶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동화를 읽으면 사고력과 상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책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자신의 인생과 연결시켜 생각하면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도 유익하다. 책 속에서 자기의 모습을 발견하면 책 읽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학교 성적을 올리려고 숙제를 하듯 독서하면 오히려 책과 멀어진다.

곰곰이는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 전집류 할인매장 확장으로 인해 운영이 힘들 때에도 10년간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켜냈다. 2009년 어린이 기자단이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곰곰이 신문’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신문은 천안시내 초등학교 도서관과 시립도서관, 어린이 책 출판사에 배포됐다.

 예전에 비해 수입은 적지만 부부는 책 읽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책 판매도 중요하지만 저희가 처음 서점을 열 때의 목표는 어린이가 좋은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어요. 어린 시절에 책을 읽지 않으면 독서 시기를 놓칠 수 있거든요. 아이 스스로 책을 읽도록 재미를 붙여 주는 게 중요해요. 아이가 독서에 흥미를 느끼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찾거든요. 곰곰이는 단순히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니라 아이들이 책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게 도와주는 문화공간이에요.”

 동네 서점의 입지가 좁아졌지만 곰곰이는 독서문화공간으로 여전히 주목 받고 있다.

문의 041-567-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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