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집 발간 기념회 갖는 장욱진 화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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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까치를 그리고 아이를 그리며, 그리고 초가를 좋아하는 서양화가 장욱진 화백(62)이 화집을 발간하고 그 기념전을 11∼17일 현대화랑에서 갖는다. 우산을 든 멋쟁이 시골노인이 보리밭을 걸어가는 『자상』을 표지그림으로 한 화집「장욱진」에 대해 작가 자신은 『아직 화집을 낼만한 시기는 못돼요. 화집으로 보지말고 이제부터 일 좀 하기 위해 세상사람들에게 알리는 거라고 생각해줘요』라고 한다.
마치 기인처럼 알려져 있는 그로서는 다소 평범한 듯한 이 말을 부끄러워하며 꾸밈없는 눈빛으로 얘기한다.
이번 화집발간기념 개인전은 64년·74년에 이은 세번째지만 이순 길의 첫 전시회이기 때문에 장 화백으로서는 이래저래 깊은 뜻을 지닌 전시회. 동경미술학교 1학년때(1939년)의 작품에서부터 최근작에 이르는 50여점이 전시된다. 『유화·「드로잉」과 판화, 그리고 먹그림(묵화)을 그려봤습니다.
국한된 작업이 좋지 않아 여러 가지에 손대봤는데 그리는 맛이 틀려 다 재미있어요』
판화와 먹그림은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것인데, 먹그림은 1백점 중에서 겨우 마음에 드는 것이 10여점밖에 안 돼 역시 붓질하는 것이 어렵더라고 말한다.
이런 신작들과 함께 구작들도 비교적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선별해 연대순으로 전시하고 있다. 요란한 회고전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작품을 충실하게 정리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주자는 뜻이다.
화집발간이나 이번 개인전준비엔 흩어져 있던 소장가들의 도움이 컸다고 장 화백은 말한다. 생각지도 않던 그림 등이 모여져 『그림이 분산돼있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고.
장 화백의 요즘 사는 곳은 서울 명륜동의 고가. 꽃이 드리워진 2층집에 한옥이 붙어있으며 마당 한가운데 연못과 초당 「관어당」이 있다. 이 집에서 장 화백은 오랜 내조자 이순경여사와 막내딸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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