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6천명의 수사원 동원도 한마디 제보보다 못했다|사당 살인범이 검거될 때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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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골동품상 금당사장 정해석씨 부부 및 운전사 실종사건해결은 결국「특수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찰이 정씨의 실종사건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6월20일. 수사본부는 13개 전담반을 편성해 피해자 주변인물, 동일수법 전과자 ,차량유기장소·주변의 탐문, 산악·저수지수색 등 유괴·납치사건의 정석수사를 폈다.
연 인원 2만6천명의 수사병력이 동원되고 용의자 3천4백 명을 조사하면서도 공전만이 거듭되자 경찰자신도 특수제보만이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실토하게끔 되었다.
9월14일 새벽 0시5분-. 수사본부요원인 서울시경형사기동대 전사근 경위 책상의 전화 「벨」이 울렸다. 10여 년을 함께 일해 온 전 경위의 1급 정보원 K씨였다.
『형님, 요즘 인천 송림 동에서 이상한 풍문이 떠든답니다. 김 모씨의 딸이 서울의「호텔」 「나이트·클럽」의「호스티스」라는데 금당사건과 연루가 있는 모양입니다. 이름은 김혜숙 입니다.』K씨의 제보는 간단했다.
결국 이 떠드는 풍문이 엄청난 살인사건의 특수제보가 될 줄을 전 경위는 당시엔 몰랐다. 수사회의에서 전 경위는「팀」장인 강력 반장 강찬기 경감에게 제보내용을 보고했다.
그 동안 기초수사 과정에서 실종된 정씨가 평소 B「나이트·클럽」을 자주 다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강 경감은 순간 뭔가 지피는 듯 했다. 즉시 형사기동대의 안영일 경사·이상억 경사·김용득 순경·함표영 순경(이상 당시계급)을 보강, 전담반을 편성했다.
서울무교동일대의「호텔」「나이트·클럽」을 샅샅이 뒤지던 전 경위「팀」은 N「나이트·클럽」의 고참「멤버」K씨로부터『혜숙이는 현 정이란 이름으로 B「나이트·클럽」에서 일했으며 유흥가에선 비교적 알려진「호스티스」로 본명이 김효식, 고향이 인천』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정보원의 제보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전 경위는 김효식에 대한신변조사를 실시, 인천 E여고를 나와 서울 양장점에서 일하다 김 모씨와 결혼, 실패 후 70년부터「호스티스」로 전업했고·최근에는 서울 성산 동에서 박철웅과 동거중이라는 사실을 밝혀 냈다.
강 경감은 기관원사칭 공갈 범 전과자「리스트」3백 명 가운데 차량이 유기 되었던 장소를 중심한 서울 망원동·성산 동 일대의 거주자 또는 배희자에 대한 분류를 하던 중이었다.
9월17일. 인천에서 조사를 마친 전경위로부터『현재분류중인 인물가운데 성산 동에 사는 박철웅이가 있는가 확인해 달라』는 장거리 전화가 걸려 왔다. 박철웅 성산 동4의15. 절도전과2회·사기1회·공무원사칭 및 공갈 l회, 징역 2년6월 선고, 군산교도소에서 작년 8월 출감.
박에 대한 신분을 읽어 내려 가던 강 경감은 직감적으로『이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사된 박의 사진이 전 경위를 통해 정보원에게 넘겨졌다. 정보원K씨는 다시 박의 사진을 『떠도는 풍문』이라며 자기에게 귀띔해 준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박의 사진을 보는 순간 그 사람은 단지『어떻게 찾아냈느냐』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강 경감은『기분 같아서는 당 장에라도 박을 덮치고 싶었지요. 그러나 상황증거를 보다 보완하기 위해 성산 동 박의 집 주변의 탐문에 5일을 보냈습니다』고 말했다. 강 경감은 형사대를 군산교도소와 박의 고향에 내려보냈으며 등기소에서 박의 집 소유권관계를 조사했고 청소원·우편배달부·전화수리공 등으로 변장, 박의 집 주변에 바짝 달라붙어 동경을 살폈다.
주민들을 상대로 한 탐문결과『항상 최고급 양복만 입는다』(세탁소),『다른 두 여자가 번갈아 드나든다』(이웃 L씨),『지금 사는 여자 말고 다른 여자와 약혼한다며 그 여자로부터 3백 만원을 사기했다』(K씨)는 진술을 들었다.
그리고 9월26일「시멘트」로 됐던 앞마당을 뜯고 새로 정원공사를 했다는 진술을 박의 집안사람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강 경감은 이 순간 박을 진범으로 단정했다.
박의 내연의 처 김효식이 인천친정에 박의 범행 사실을 털어놓은 것은 신변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범행 1개월 후인 7윌21일 저녁. 신촌「로터리」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주범 박은 동생에게『네 형수가 이상하니 죽여 버리겠다』고 했다.
30분 후 전화로 김을 술집으로 불러내 셋이 술을 마시다 동생이 자수해야겠다는 말에 주 범 박은 갑자기 맥주병을 들고 동생의 머리를 때렸다. 이 때 동생이『형이 형수님을 죽이려고 한다』고 소리쳤다. 그 후 8월초부터 박은 우연히 알게 된 부유한 가정의 처녀(27)와 깊이 사귀게 됐고 그후 김효식을 박대하기 시작했다.
김은 남편의 태도변화에 충격을 받았다. 얼굴이 수척해지고 몸이 자주 아팠다. 친정나들 이를 하는 동안 친정식구들의 추궁을 받은 끝에 김은 범행전모를 친정식구들에게 털어놓았다. 경찰정보원은 김의 친정식구들로부터 어렴풋이 그 내용을 듣게 되었다.
강 경감은 26일부터 박의 집에서 30여m쯤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철야감시를 시작했으며 27일 그를 붙들었다. <고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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