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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제품 봉제공장에서 불 여공 등 11명 숨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8일 상오4시10분쯤 서울 북아현1동147의4 한성고교 앞 가죽제품 봉제공장 선우산업(대표 조남선·55)에서 불이나 지하실에서 잠자던 여자 종업원 10명이 질식해 숨지고 주방에서 밥을 짓던 가정부가 불타 죽었다.
불은 지하실 옆 주방에서 일어나 목조건물 90평 중 60여 평을 태운 뒤 1시간만에 꺼졌다. 경찰 추산 피해액은 7백여 만원.
주방 옆 사무실에서 잠자던 수위 유근풍씨(53)는 주방에서 밥을 짓던 가정부 이성희씨 (61)가『불이야』하고 고함을 치는 순간 불길은 이미 공장내부로 치솟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때 공장 안에는 2층 기숙사에 6명, 1층 가건물에 5명, 가건물지하실에 5명과 수위 유씨 등 17명이 잠자고 있었으나 2층 기숙사에서 잠자던 6명과 수위 유씨 등 7명만 빠져 나왔다.
가건물에서 잠자던 종업원들은 불이 났을 때 잠에서 깨었으나 불길이 출입문 쪽으로 번지자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지하 1m쯤 3평 넓이 간이지하실 쪽으로 대피했다가 가죽과「본드」등 인화성 물질이 타면서 내뿜는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공장 안에는 수동식 분말소화기 4개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불이 난 주방에서20∼30m 떨어진 작업실에만 비치돼 있어 1개도 사용할 겨를이 없었다.
경찰은 28일 상오5시부터 하오5시까지 도시「가스」공급이 중단될 예정 이어서 평소보다 일찍 가정부 이씨가 밥을 짓기 위해 나갔다는 사실을 밝혀 내고「가스」취급부주의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공장은 지난해 5월부터 90여명의 종업원이 가죽「잠바」를 만들어 왔는데 인근 주민들이 화재 위험과 악취가 심하다고 반상회 때마다 옮겨 줄 것을 요구했었다.
숨진 여공들은 평소 월4만5천∼9만원씩 받고 상오 8시30분부터 하오7시까지 일해 왔으나 최근에는 추석을 맞아 밤9시까지 연장근무를 해왔다.
이 공장은 3천만원의 화재보험에 들어 있을 뿐 산업재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사망자> (모두 여자)
▲이성희(61·가정부)▲박선임(17)▲김금옥(19)▲배태순(15)▲윤복희(20)▲박의순(18)▲노양희(15)▲김명숙(17)▲함순자(20)▲최은진(20)▲김응순(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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