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불안…식사 제대로 못해"|내연의 처가 발설…경찰 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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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금당주인부부·운전사 살해사건은 완전범죄로 끝날 뻔 했다. 범행현장이 야외가 아니고 집인데다가 가족들이 범행에 가담했고 정해석씨 부부와 범인의 연고가 없었던 점 등이 수사장기화의 요인이 됐다.
수사본부가 일말의 단서도 잡지 못한 채 허탈 상태에 빠져 있을 때 결정적인 제보가 들어 온 것은 지난 14일 하오1시쯤.
「여자가 낀 공갈 배」를 중심으로 3백70여명의 용의자를 쫓다 벽에 부닥쳐 실의에 빠져 있던 서울시경 형사과 강력반장 강찬기 경감(54)조는 물고기가 물을 얻은 듯 갑자기 생기를 찾았다.
박의 범행사실을 알게 된 내연의 처 김이 인천의 친정아버지에게 어렴풋이 이를 알렸으며 이 같은 얘기가 의류행상을 하는 경찰정보원(40)의 귀에 들어가 강 경감 조에 제보됐던 것.
마침 용의선상에 올려놓았던 전과5범(공무원 사칭1범·공갈전과 1범·절도전과2범·사기전과1범)의 박과 일치됐다.
강 경감은 전사근 경위(44)를 중심, 안영일 경사(39), 함표영 순경(36), 김용득 순경(40), 이상억 경사(47)등 모두 6명으로 전담반을 구성, 2주일간의「성산 동 작전」을 전개했다.
전과조회·통반장 및 주민상대 탐문수사·가족관계 조사 등 기초·외곽수사를 폈다.
처음에는 일정한 출퇴근에다 술도 마시지 않는 등 사생활에 혐의를 둘 만한 단서가 없어 애를 먹었다.
그러나 내연의 처 김씨가 B「나이트·클럽」의「호스티스」를 지냈으며 공교롭게도 정씨가 이「나이트·클럽」의 단골이었음이 확인되면서 수사에 급진전을 보였다.
또 박부부가 씀씀이는 헤프지만 문단속이 이상 할이 만큼 심하고 운전사 황명진씨(26)를 통해 자신이 상공부국장으로 행세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더욱이 박의 집에 혼자 세 든 김복암 할머니(73)는『박이 최근「시멘트」로 된 마당을 잔디로 바꾸었으며 가족 구성도 복잡하고 금당사건이후 행동거지가 수상해 보인다』는 증언을 했다.
박을 진범으로 심증을 굳힌 강 경감「팀」은 24일 밤부터 박의 집 주변에 잠복근무에 들어갔다.
시청 청소부로 가장하기도 하고 우편배달부로 위장하면서 집안동정을 살피는 한편 덮칠「찬스」를 잡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27일 낮l2시50분 부부동반으로 신촌 D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나오던 박 부부의 손에 쇠고랑이 채워졌다.
박은 처음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수사진은 내연의 처 김씨를 분리심문, 김씨로부터 자백을 얻어내자 박도 범행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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