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순천 사람이면 될 텐데 곡성이라 … " "서갑원, 야당 깃발 꽂았다고 안심 일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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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곡성의 보궐선거가 후끈 달아올랐다.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새누리당·사진 왼쪽)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노무현의 남자’ 서갑원(새정치민주연합·사진 오른쪽) 전 의원의 대결이 선거판을 키우고 있다.

 이 전 수석은 10여 년간 ‘박근혜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한 ‘복심’(腹心)이지만 일절 박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대신 지역 발전론을 들고나왔다. 이 전 수석은 8일 통화에서 “호남이 아니면 국회에 진출하지 않겠다”며 “입증된 호남 예산·인재 지킴이로서 지역 발전에 부응하겠다”고 했다. 출마선언도 예산 확보에 기여해 건설한 순천만정원박람회장에서 했다. 그는 “호남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은 진심을 받아달라”며 “예산도 못 타내는 사람 대신 호남에 예산 폭탄을 퍼부을 사람에게 표를 달라”고 했다.

 그의 호남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1995년 광주 광산구 시의원 선거(득표율 10%) ▶2004년 광주서구 총선(1%) ▶2012년 광주서구 총선(39.7%)에 도전했지만 매번 낙선했다. 18대 때 비례대표로 배지를 달았던 그는 이번엔 고향인 곡성을 두드리고 있다. 곡성에서 숙박업을 하는 전승일씨는 “나도 민주(새정련)당원이지만 이게 무슨 새 정치냐”며 “힘 있는 고향 사람 한번 시켜주자는 사람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곡성의 유권자는 2만6872명이다. 21만4889명인 순천의 8분의 1이다. 전씨는 “‘이정현이 순천 사람이면 될 텐데 곡성 사람이라 아쉽다’는 말이 많다”며 “특히 박근혜 프레임으로 묶이면 무조건 떨어진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서갑원 전 의원은 이 점을 파고든다. 출마선언 때도 “이명박 정권에 정치적 탄압을 받은 노무현 대통령의 적자로서 정치 탄압으로 단절된 지역 발전의 정상화를 위해 출마했다”며 “야당과 국민을 무시하는 불통정권을 끝내겠다”고 각을 세웠다. 박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대리전으로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친노 직계다. 92년 노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2002년 대선 때 의전팀장과 청와대 의전·정무1비서관을 지냈다. 17대 총선 때 순천에서 당선돼 재선에 성공했지만 2011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본지 통화에서 “그 사건은 진보 진영의 뿌리를 뽑겠다는 음모이자 어처구니없는 정치 탄압”이라고 했다. 이 전 수석에 대해선 “도깨비 방망이로 모든 일을 해결할 것처럼 현혹한다”며 “청와대에 있을 때 대통령 옆에서나 그렇게 하시지 그랬느냐”고 꼬집었다.

 순천에서 건설업을 하는 임현석씨는 "호남이 민주당(새정련)에 열정을 가지고 애정을 줬지만 이제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생각도 많다”며 “공단이 조성되면서 외지인이 많아졌다”며 “야당 깃발만 꽂는다고 (당선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솔찬히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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