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마스터스] 최경주 쾌조의 출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닷새나 계속된 봄비 탓에 하루 순연됐던 마스터스 대회가 마침내 시작됐다.

대회 장소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6천6백34m)의 페어웨이와 그린은 진공청소기로 물기를 말끔히 빨아들여 경기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지만 갤러리가 이동하는 통로는 진흙탕처럼 질척거렸다.

전날 1라운드가 순연되는 바람에 하루에 1, 2라운드를 모두 마쳐야 하기 때문에 1라운드는 어두컴컴한 이른 아침에 시작됐다. 세비 바예스테로스(스페인) 등 일찍 티오프한 선수들은 주최 측이 임시로 준비한 조명등 아래에서 티샷을 해야 했다.

날씨는 봄답지 않게 5도 정도로 뚝 떨어져 선수들 입에선 허연 입김이 날렸다. 11일 오후 8시30분(이하 한국시간)에 시작된 1라운드에서 선수들은 바람막이 옷이나 스웨터를 껴입고 샷을 날렸다.


오후 10시10분에 티오프한 최경주(33.슈페리어)는 첫홀부터 버디를 잡으며 쾌조의 출발을 했다. 최경주는 세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는 신기의 샷을 날려 초반 한때 노장 닉 프라이스(짐바브웨)를 제치고 단독선두로 나섰다.

최경주는 1번홀 내리막 3m 버디 퍼트를 성공했으며 2번홀에서는 2m, 3번홀에서는 90㎝ 버디 퍼트를 넣었다. 최경주는 그러나 6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12일 0시30분 현재 공동 5위로 물러섰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타이거 우즈는 4번홀까지 2개의 보기를 범하며 2오버파의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전날 최경주는 1라운드 경기가 순연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드라이빙 레인지로 달려갔다.

스윙 코치 필 리츤(미국)을 대동한 채 비를 맞으며 샷을 가다듬었다. 연습벌레라는 명성에 걸맞게 바구니에 공이 떨어지면 다시 채워 넣기를 수차례나 거듭했다. 가까이서 지켜보니 단 한차례도 공이 비슷한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최경주의 대답은 달랐다. 똑같은 방향으로 공을 멀리 때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다양한 구질의 고난도 샷을 연마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곧게 뻗어나가는 스트레이트는 물론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페이드샷, 왼쪽으로 휘어지는 드로샷이 허공에서 춤을 췄다. 특히 페이드와 드로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빠른 그린을 감안해 방향은 휘어지면서도 지면에 떨어지면 구르지 않고 멈춰서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리츤 코치에게 "첫날 경기가 순연돼 1, 2라운드를 하루에 동시에 치르는 것이 최경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고 물어봤다.

리츤은 "KJ(최경주의 애칭)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강철 같은 다리를 가진 데다 현지에 미리 도착해 36홀 경기를 몇차례 해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오거스타=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